사망 보험금 받기 위해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
“어머니라 할 수 없어…‘구하라법’ 제정 필요”
지난 2020년 민주당서 발의…아직 국회 계류중
‘상속인 결격 사유’ 조항 추가된 개정안 등장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 2020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육은 부모의 의무,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 2020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육은 부모의 의무,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실종 아들의 보상금을 받기 위해 54년 만에 생모가 나타난 사연이 공개된 가운데,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이 재점화됐다.

약 2년 전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61)씨는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하라법을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해당 법은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가 과거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그의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고 시도한 것을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한 것을 계기가 돼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구하라법은 이미 국회에 여러 건 발의돼 있으나, 여야의 정쟁 등으로 인해 논의조차 안된 채 계류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종선씨는 구하라법이 통과되지 않아 자신들을 버리고 간 생모에게 거액의 사망 보험금 등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앞서 김종안씨는 지난 2021년 1월 23일 대양호 127호 선박에 승선해 있던 도중 폭풍우를 만나 5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이후 그의 앞으로 사망 보험금과 선박회사 합의금 등 총 3억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오게 됐다.

해당 소식을 들은 80대 생모는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모든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유족을 상대로 진행된 부산지방법원의 1심에서도 생모는 승소한 바 있다.

김종선씨는 “우리는 부산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르는 남보다 못한 사람에게 실종 동생의 권리를 모두 넘겨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이같은 구시대적인 현행법이 맞는 건지 여야 국회의원들께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생모는 김종안씨가 2살이 되던 무렵 떠나 한 번도 3남매를 찾아오지 않았다”며 “갓난아기 때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자식이 죽자 보상금을 받기 위해 54년 만에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또한 생모는 친오빠가 지난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며 “이제 생모는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물론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구하라법을 일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통과시켜 달라는 것이 김종선씨의 입장이다.

그는 “공무원만 해당되는 법 말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억울해서 밤이면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수 없고 일상생활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 2019년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19년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제정 움직임 ‘꿈틀’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세월호, 천안함 등의 사고 이후 지난 2020년 6월 같은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6월 유사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서 의원과 법무부의 법안은 기본 취지가 비슷하지만 각각 시행 방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서 의원의 법안에서는 민법의 상속 결격 사유에 부모가 부양·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됐다. 법무부는 친부모의 상속 자격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에게는 유산이 가지 않을 수 있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 의원은 “민법에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양육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자녀 양육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얻는 것은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구하라법을 포함해 이와 유사한 취지로 발의된 6개 민법 개정안은 당시 ‘부양의무의 현저한 해태’라는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 상속결격사유를 신설할 시 상속 관계에 대한 법적 불안전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같은 이유로 구하라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같은 당 윤재갑 의원은 지난 14일 보다 구체화된 부양 의무와 상속 결격 사유를 연계하는 것이 골자인 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상속인의 결격 사유’를 명시하고 있는 민법 1004조에 새로운 조항이 추가된다.

현행법 상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경우는 피상속인·직계존속·배우자 등에 대한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사기·강박을 통한 △유언 방해 △유언서 위조·변조·파기 등인데, 이번 개정안은 조건에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학대한 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적용은 법 시행 이후 상속이 시작된 시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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