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

노동자들, 백화점 및 면세점 상대로 교섭 촉구
근무시간·화장실 등 기본적 노동조건 개선 필요
“원청, 건강권·휴식권 등 실질적 관리…책임져야”

12일 10시 30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백화점과 면세점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12일 10시 30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백화점과 면세점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백화점과 면세점을 떠올리면, 대개 명품들이 즐비한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밝은 조명, 깔끔함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업무 환경과 처우는 ‘고급’과 먼 실정이다. 노동자들은 어두운 조명 밑에서 온몸에 상처를 얻어가며 일하는 것은 물론 열악한 화장실, 휴게실로 인해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백화점, 면세점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피켓을 든 채 거리에 나온 바 있다. 당시 사용자 측에서 직원들에게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가능하게 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고용노동부도 직원 모두가 이용하게 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일부 백화점 등에서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말라는 등 부당한 지침을 내리거나 휴게실 등 노동 환경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이 같은 현실을 증언하고 원청과의 교섭을 실현시키기 위해 백화점, 면세점 서비스 노동자들이 다시 한번 피켓을 들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서비스조합)은 12일 10시 30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백화점과 면세점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비스조합은 “백화점 단일 지점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하고, 면세점 연 매출이 25조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백화점과 면세점에 근무하는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면세점은 근로계약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핑계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2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노동자 3456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건강권, 휴식권 등 상당수의 노동 조건들이 백화점·면세점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실정임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12일 10시 30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백화점과 면세점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서비스조합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12일 10시 30분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백화점과 면세점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서비스조합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먼저 발언에 나선 서비스조합 김소연 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 투명 인간 취급받고 싶지 않다”며 “백화점과 면세점은 입점업체 직원들이 마치 자신들의 직원인 것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응당 책임져야 할 기본적 노동조건은 지난 십 수년 동안 외면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문제는 비단 화장실만이 아니라 휴게실, 탈의실부터 고객의 폭언 및 폭행으로 인한 감정노동의 문제,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늘어나는 영업시간과 부족한 정기휴점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할 목적으로 서비스조합이 노조와 회사, 원청이 함께하는 산별공동교섭을 요구했으나, 백화점과 면세점 측이 이를 회피하고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입장이다.

백화점에서 30년 동안 근무 중이라 밝힌 서비스조합 김재숙 대의원은 “조명, 냉난방 시스템이 모두 고객에게 맞춰져 있어 직원들은 어두운 창고와 매장에서 오픈 준비를 하고 여름에는 오픈을 하기도 전 이미 땀에 젖게 되고 겨울에는 벌벌 떨며 차가운 물에 손걸레를 빨아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백화점 휴게시설은 이용 시간이 제한돼 있어 일정 시간에 직원들이 미어터지는 것은 물론 공간도 좁아 발 한번 뻗지 못하고, 적은 화장실 탓에 매번 대기줄을 서야할 정도”라며 “일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과 마찰이 생겼을 때 백화점은 직원 보호는 뒷전이고 회사명 노출을 막기 위해 가해 고객의 기분을 풀어드리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대의원은 사용자의 지침에 따라 행동과 응대를 하고 시설을 이용하는 만큼 백화점 측이 관련 가이드를 마련해 직원을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면세점에서 근무 중인 서비스조합 박은주 대의원의 발언도 이어졌다. 박 대의원은 “면세점 측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당시, 줄어든 입점객과 매출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하기도 했다”며 “다시 정상영업을 해 여행 수요와 손님이 늘어도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있어 그 빈자리는 나머지 직원들의 몫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들은 백화점과 면세점 측에 △영업시간 일방적 연장 등에 대한 교섭 △화장실 등 기본적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 논의 △사실상 노조에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과의 교섭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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