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PDA 거쳐 스마트폰 주변기기로 정착
심장부터 혈당 측정까지 헬스케어 기능 강화
피트니스·질병 징후 감지 등 일상적 활용 확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합니다. 이른바 “기술이 세상을 구한다”는 테크 오타쿠들의 신앙고백(?)처럼, 다양한 첨단 기술들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인간들이 기술에서 멀어지고 소외되는 측면도 존재합니다. 물질 문화의 변화 속도를 비물질 문화가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 지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에 <투데이신문>에서는 다양한 신기술들을 알기 쉽게 풀어보며 이 같은 지체 현상을 해소해보고자 합니다. 서구권 엔지니어들의 잇(IT) 아이템인 덕테이프(덕트 테이프)처럼, 기술과 사람 사이 벌어진 틈을 잘 막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해 운동 중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워치를 사용해 운동 중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지 형태의 스마트링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여러 종류의 디바이스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꼽자면 역시 스마트워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들부터 샤오미 등에서 나온 저렴한 기기까지 가격대별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죠.

특히 각종 센서의 발달에 따라 스마트워치도 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심박수 측정은 이제 기본이고, 심전도나 산소포화도, 체성분까지도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피부를 찔러 채혈을 하지 않아도 혈당을 체크해주는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까지도 거론되고 있죠. 

이번 주 IT Duck질에서는 스마트워치의 발전사와 다양한 건강 관련 기능들에 대해 알아볼 예정인데요, 제가 다이어트 과정에서 스마트워치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상세히 설명해드릴 테니 끝까지 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0년 전통을 넘어선 신문물

스마트워치란 손목에 차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단순 시간 확인 외에도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메시지 전송이나 전화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기를 뜻합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애플의 애플워치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를 들 수 있습니다. 

현대 스마트워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애플워치 [사진 제공=애플]
현대 스마트워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애플워치 [사진 제공=애플]

우리가 생각하는 스마트워치는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가 이뤄진 2010년대 이후에 등장했지만, ‘다기능 시계’라는 개념 자체는 꽤 오래 됐습니다. 1970년대 HP나 카시오 등에서는 손목시계에 계산기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었고요, 1980년대 들어서는 일본 시계회사 세이코에서 TV 수신 기능을 탑재한 시계를 내놓기도 했죠. 

현대에 통용되는 스마트워치의 기준에 근접한 제품으로는 1990년부터 등장한 PDA워치가 있습니다.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타이맥스가 공동 개발한 ‘데이터링크’가 대표적으로, PC에서 데이터를 전송받아 보여주는 것이 주 용도였습니다. 이후 2003년 파슬 사에서는 범용 OS를 탑재한 손목 PDA를 출시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꽤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는데요, 1999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통화가 가능한 ‘워치폰’을 출시했고, LG전자에서도 2009년 프라다폰2의 액세서리로 문자 알림 기능을 탑재한 ‘프라다 링크’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현대적인 스마트워치의 시작으로는 2010년 소니에릭슨(현 소니 MC사업본부)에서 출시한 ‘라이브뷰’라는 제품이 주로 지목됩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알림을 받아볼 수 있었죠. 

이어 2013년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가 출시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스마트워치의 대중화가 시작됐습니다. 해당 제품군은 2016년 기어 S3까지 이어졌고, 2018년 ‘갤럭시 워치’ 첫 제품이 나와 현재에 이르렀죠. 최신 제품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워치5와 워치5 프로입니다. 구글의 웨어OS를 탑재하며 범용성을 강화했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둥근 형태를 채택해 애플워치를 비롯한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를 도모했죠.

애플에서도 2014년 ‘애플워치’ 첫 제품을 출시했는데요, 이는 전통 시계 시장에 큰 충격을 선사한 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애플워치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당시 스위스 시계 제조업계에서는 ‘무시’로 일관했지만, 2019년 기준 애플워치는 3070만개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2110만개에 그친 스위스 시계 제조사 전체 합산을 뛰어넘었습니다. 200년 전통의 명품 시계 시장을 불과 5년 만에 압도한 것이죠. 현재 애플워치는 시리즈8과 익스트림 아웃도어용 제품인 울트라, 보급형인 SE 2세대까지 세분화된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 헬스케어로의 영역 확장

최근 들어 스마트워치는 시계 시장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지속 강화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건강관리 기능입니다. 손목에 줄곧 차고 다니는 특성상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좋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죠.

최근 국내 식약처 허가를 취득한 삼성전자의 불규칙 심장 리듬 알림 기능 [사진 제공=삼성전자]
최근 국내 식약처 허가를 취득한 삼성전자의 불규칙 심장 리듬 알림 기능 [사진 제공=삼성전자]

최초에는 운동 관련 기능이 핵심이었습니다. 운동 시간을 측정하는 한편, 시계 내에 내장된 심장 박동 인식 센서를 이용해 심박수를 측정, 대략적인 칼로리 소모량을 산출하는 식이었죠. 이 정도만 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유용하지만, 헬스케어라기보다는 피트니스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나마도 초기에는 꽤 부실했죠. 

하지만 세대를 거듭하며 더욱 강력한 센서가 탑재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애플워치 기준 시리즈5 출시 시점부터 헬스케어 관련 기능이 대폭 강화됐는데요, 내장된 심전도 센서를 통해 부정맥 징후를 미리 탐지할 수 있고 심전도 측정도 가능해졌죠. 이를 위해 애플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지난 2020년 국내에서도 식약처 허가를 취득해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도 최근 불규칙 심장리듬 알림 기능에 대해 미 FDA와 한국 식약처의 허가를 취득했습니다. 

시리즈6부터는 혈중 산소포화도 센서가 탑재됐으며, 시리즈8에 이르러서는 체온 센서까지 내장되며 체온 측정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월경 주기 추적 기능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장 건강을 넘어 여성 건강까지 챙기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삼성전자는 애플워치에 없는 일부 기능들을 갤럭시 워치 시리즈에서 선보였습니다. 워치3에는 심박 인식 센서를 활용한 혈압 측정을 지원했고요, 워치4에서는 스마트워치 최초로 체성분 측정, 흔히 ‘인바디’라고 부르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해당 기능들이 얼마나 정확한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해외 연구들을 살펴보면, 애플워치 등 일부 제품들의 심박 측정치는 의학적으로 허용 가능한 오차 내로 꽤 정확한 수준이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됩니다. 반면 스마트워치 측정치를 토대로 빠르게 병원 진료를 받아 심혈관계 질환을 조기에 잡아냈다는 보도들도 국내외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비록 스마트워치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와 비교해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예방적 차원으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엔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전문가용 풀프레임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 정도의 관계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화질 측면에서는 아직 전문가용 카메라를 뛰어넘지 못했지만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스마트워치의 헬스케어 기능 역시 언제 찾아올지 모를 질병 징후를 미리 탐지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참고자료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스마트워치의 헬스케어 기능 강화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되고, 그 범위도 계속 확장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조사 기관 팩트.MR에서는 향후 10년간 의료 센서의 글로벌 수요가 연평균 11%씩 증가해 2033년에는 65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 기능 [사진 제공=애플]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 기능 [사진 제공=애플]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비침습적 혈당 모니터링’입니다. 혈당 측정을 위해 피부 아래로 레이저를 투과시켜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죠. 피부를 찔러 혈액을 채취할 필요가 없어 더 간편하고, 스마트워치처럼 종일 착용하고 있는 기기에 탑재되면 실시간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애플에서는 이미 故 스티브 잡스 CEO 생전에 연구를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화웨이가 관련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중국에 출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사실 비침습적 혈당측정기 자체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지만, 스마트워치에 해당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센서를 비롯한 부품 소형화와 비용 절감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입니다. 의료기기야 본연의 목적이 확고하니 크기 같은 요소보다는 정확도가 가장 우선시돼야 하지만, 다양한 기능들이 함께 들어있는 ‘스마트워치’라는 폼팩터를 상정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관련 부품들이 더 작아져야 하고, 가격 측면에서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잘 이뤄진다면,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나 다이어트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훌륭한 다이어트 매니저

스마트워치의 건강 및 피트니스 기능을 실생활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식단조절과 운동을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는 하지만, 주먹구구식에 그칠 수 있는 다이어트를 한 층 체계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실제로 저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다이어트를 진행해 약 20kg를 감량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각종 첨단 기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먼저 운동의 경우, 걷기와 달리기, 인터벌 트레이닝 등을 반복했습니다. 애플워치의 운동 앱에 모두 등록돼 있는 운동들로, 소모되는 칼로리 등을 산출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감지 기능을 통해 잠시 휴식을 취하면 운동시간 역시 자동으로 일시 정지되는 등 시간과 운동량이 정확하게 입력됐습니다.

이렇게 산출된 운동 정보들과 스마트 체중계로 측정된 저의 신체 프로파일 등을 스마트폰에서 한 눈에 확인하고, 이를 종합해 일간·주간·월간 형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어떤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소모된 칼로리는 어느 정도인지, 줄어든 몸무게는 어느 정도인지를 매일 파악할 수 있었기에, 이에 맞춰 식단을 짜는 등 ‘계산이 서는’ 다이어트가 가능해진 거죠. ‘삼성 헬스’ 앱을 사용해 제가 섭취한 모든 음식들을 기록하고, 칼로리와 영양성분 등을 직접 파악해가며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했습니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의 체중 변화와 애플워치로 측정된 활동 칼로리 소비량.
다이어트 기간 동안의 체중 변화와 애플워치로 측정된 활동 칼로리 소비량.

심장 관련 기능들도 큰 도움이 됐는데요, 종종 심장이 말썽을 부리는 편이었던지라 저는 고강도 운동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가끔 몸에 무리가 가면 심장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해, 과연 강도 높은 운동을 몸이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했던 거죠. 하지만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이나 심장 박동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제 상태를 손쉽게 체크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유연하게 운동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뻐근하다고 느껴지는 날은 가벼운 걷기 위주로 편성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컨디션이 좋은 날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식으로 말이죠.

다이어트는 유지가 관건이라고 하죠. 이른바 ‘유지어트’ 과정에서도 스마트워치의 도움이 컸습니다. 당시 저는 개인적인 이유로 잠시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게 됐고, 이에 맞춰 갤럭시 워치4 클래식 46mm 모델을 구매해 사용했습니다. 스마트워치 사상 최초로 체성분 측정 기능이 도입된 모델이라고 앞서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 옷을 입기 전 체성분 측정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기능의 정확도를 100% 담보할 수는 없었지만 일종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척도로 인식하며 몸을 관리할 수 있었죠. 다이어트를 마무리한 지도 어느덧 2년 가까이 됐지만, 지금도 요요현상 없이 슬림한 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이어트는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는 심리상태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귀차니즘이 상당한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스마트워치를 통해 운동량을 관리하고, 하루하루 몸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를 수치와 시각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생각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하루하루 성취감을 체험하며 다이어트 자체가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닌 즐거운 게임이 되고, 의욕도 생기게 된 것입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고 흔히들 말하죠. 다이어트라는 대장정에서 작은 물방울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스마트워치의 역할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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