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주유비 추가 요금 두고 소비자 불만 잇달아
고객센터, 국민신문고 등 관련 민원도 다수 접수
대리점 본사에서는 계약 위반 없어 제재 어려워
공정거래법상 문제없지만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
“소비자 기만, 지속가능 영업으로 이어질 수 없어”

경기도 부천의 한 주유소에서 신속주유 서비스 요금을 별도로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해당 주유소에 표기된 요금 관련 문구다. ⓒ투데이신문
경기도 부천의 한 주유소에서 신속주유 서비스 요금을 별도로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해당 주유소에 표기된 요금 관련 문구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최근 경기도 부천 지역의 한 주유소가 ‘신속주유비’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가 기만 논란이 불거졌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 등에서는 인근 최저가 주유소로 검색 되는데 현장에서 2000원의 추가 요금을 요구하니 사실상 최저가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가령 앱에서 확인 가능한 1L당 휘발유 가격이 1500원이라면 소비자가 30L를 넣었을 경우 신속주유비를 포함해 4만7000원을 결제하게 된다. 이를 다시 1L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566원이 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소비자들의 성토가 잇달았다. 해당 주유소에 대한 네이버 방문자 후기를 살펴보면 “최저가로 유인해 2000원 추가요금 받는 곳”, “2000원을 부담해야지만 주유 가능하다는 것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내비게이션 최저가로 보고 갔는데 신속주유비를 받는다. 거의 1L 손해다”라는 글들이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 

A 주유소는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 등에서 인근 최저가 주유소로 검색됐지만, 실제 주유시 2000원을 요구해 사실상 최저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투데이신문<br>
A 주유소는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 등에서 인근 최저가 주유소로 검색됐지만, 실제 주유시 2000원을 요구해 사실상 최저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투데이신문

실제 정유사 고객센터에는 관련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며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문제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논란이 확산된 이후 관계자들의 설득을 통해 해당 주유소는 지난 3일 오후 8시를 기점으로 신속주유비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속주유비라는 추가요금을 받았던 곳은 해당 주유소가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 관계자들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정유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요금에 대한 제재가 어렵다면 향후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는 유사한 요금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속주유비 관련 소비자들의 후기 [사진출처=네이버 방문자 후기 캡쳐]
신속주유비 관련 소비자들의 후기 [사진출처=네이버 방문자 후기 캡쳐]

관련 규정사항 없어 지자체 제재 어려워

먼저 정유업계에서는 상호 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 시정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주유소의 계약관계는 현대오일뱅크 → GS E&R → 주유소로 이어진다. 현대오일뱅크의 정유가 중간 사업자인 GS E&R을 거쳐 주유소로 공급되는 구조다. 소비자 민원은 외관상 확인되는 현대오일뱅크로 접수되지만 실질적인 민원 내용을 검토해야 하는 것은 주유소와 정유 공급 계약을 맺은 GS E&R의 몫이다. 

하지만 해당 주유소는 GS E&R의 직영이 아닌 자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절차상이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계약 해지 검토도 가능하겠지만 가격 결정 등 영업권에 대한 내용은 사업자 고유의 권한이므로 개입할 경우 오히려 권한 침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GS E&R 관계자는 “민원을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면 권고 공문 발송, 계약해지 등 여러 방안이 검토 가능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위반사항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완전한 법 위반이나 불법 사례도 아니기 때문에 운영에 관해서는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인 부천시도 석유사업법을 근거로 내용을 살펴본 결과 시정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봤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에 의해 기름 가격 자체에 문제가 있을 때는 제재가 가능하지만 그 외 별도 서비스에 대해서는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규정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관련법에 주유 기름값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주유소에서는 세차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고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규정사항은 없어 제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석유사업법으로는 주로 품질에 대한 사안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해당 사례의 경우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가격표시판에 써놓기는 했기 때문에 저희보다는 공정거래법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사진출처=뉴시스]
[사진출처=뉴시스]

구매강제 아닐 수 있지만 주요 정보는 누락

그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공정위 서비스업조사과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본 결과 현재 내용만으로는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려면 소비자의 직접 신고가 공정위로 접수돼 보다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는 취지다. 

다만 일반적인 상황에 견줘 사안을 봤을 때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신속주유비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구입강제에 해당할 수 있는 외형을 갖추고는 있지만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입강제가 되려면 선택권이 없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고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구입강제로 볼 수 없다”라며 “또 거래상 지위도 있어야 하는데 계속적 거래관계 유지되거나 해당 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의존적인 상황이어야 한다. 다른 장소에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주유할 수 있다면 거래상 지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서는 따져볼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유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앱 등에 신속주유비 추가 요구 항목이 누락돼 있고 소비자들이 해당 요금만 보고 주유소를 방문할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역시 단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관련 내용을 누락한 정보 제공은 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예규에서는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이나 내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표시·광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소비자 구매선택에 대한 중요사항에는 가격 또는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가 있는데 신속주유비는 중요한 거래조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신속주유비 등 추가요금은 소비자의 정보를 제한하고 헛걸음을 하게 하는 등 기만적 요인이 있으나 판매자가 고유한 가격결정권을 갖는다는 점과 소비자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제재가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 유인을 위해 낮은 주유 가격을 이용했을 경우 표시광고법 위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린다. 

다만 판단 유보 결론과는 별개로 이 같은 판매 행태가 소비자 기만일 수 있다는 것에는 다수가 공감하는 상황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들 역시 제재는 어렵지만 도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지속적인 설득을 이어왔으며 추가 민원을 막기 위해 셀프주유소로의 전환을 제안해왔다. 

소비자 단체도 이 같은 추가 요금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하는 만큼 지속적인 영업 행위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비자를 속이고 헛걸음을 하게 하는 심각한 기만행위로 보인다”라며 “소비자가 현장에서는 가격을 지불했다고 해도 지속가능한 영업 행위로 이어질 수 없다. 온라인을 통해 관련 내용도 빠르게 전해질 텐데 무엇을 위한 추가 요금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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