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요양보호사 등 참여…조합원 76% 파업권
“사용자, 불성실 교섭…정부는 의료계 붕괴 방관”
합의 안될 시 오는 1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불사
복지부 “투쟁 계획 철회해야…불법행위 엄정 대응”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순자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산별 총파업투쟁 계획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순자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산별 총파업투쟁 계획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간호사와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이 의료인력 대란과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최대 규모 파업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13~14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주 5일제를 관철하기 위해 시행한 총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노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28일~이달 7일까지 동시 쟁의조정에 돌입한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 6만4257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투표에는 5만3380명(83.07%)이 참가했으며, 그중 4만8911명(91.63%)이 찬성해 총파업이 가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투표 결과가)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조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파업권을 확보한 조합원 수는 6만4257명으로 전체 조합원 8만5000명의 75.89%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측의 불성실교섭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노조는 예정대로 오는 13일 오전 7시를 기해 145개 사업장 6만4000여명 조합원이 참가하는 전면 총파업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이들의 파업으로 인해 의료현장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자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는데, 조합원들이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약사, 행정사무연구직, 시설관리, 영양사, 청소 등 60여개의 직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들은 정부와 사용자 측에 △간병비 해결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1대 5 배정 등 인력 확충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범위 명확화 △불법의료 근절과 의사 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회복기 지원 확대 △정당한 보상과 노정합의 이행 △노동개악 저지 등 7가지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제도 개선과 비용 지원 등에 대해 정부라는 핑계를 대며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했고, 정부 또한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물론 각종 제도개선 정책 추진 일정을 미루면서 노사교섭의 핵심쟁점 타결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 하루 전에는 각 의료기관별·지역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하고, 당일인 오는 13일에는 서울로 총집결해 대규모 상경파업을 진행한다. 오는 14일에는 세종시와 서울, 부산, 광주 등 4개 지역에 집결한 뒤 총파업투쟁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오는 14일까지 정부와 사용자 측이 노조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다음 날부터 무기한 총파업도 불사하며, 범국민투쟁까지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투입하고 의료기관 내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CRP팀)을 구성 및 가동할 방침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3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3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응 나선 정부…노조는 반발↑

대대적인 총파업 예고에 정부가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같은 날 제2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해 보건의료노조 파업 관련해 비상진료대책과 유관기관 협조체계를 점검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6월 28일에 개최한 ‘제1차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2차 회의에서는 복지부는 지자체별 의료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 등 비상진료대책을 논의했다. 더불어 지역 의료기관 내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유지업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이행체계를 점검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되며, 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곁에 남아야 한다”며 “그동안 노조가 제기해 온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료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사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행사는 보장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확고히 견지해 오고 있다”며 “의료서비스 공백으로 국민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이 나오자, 보건의료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번 파업이 복지부의 주장처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하는 파업’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곧바로 성명문을 내고 “시간만 끌다가 결국 파업사태까지 초래한 복지부가 총파업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하는 파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 없는 책임 떠넘기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복지부가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못해 현장 노사 간 교섭이 결렬돼 전국 127개 지부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의료현장의 혼란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파업이 ‘정치파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협한 정치적 태도”라며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은 정치적 잣대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기본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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