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16~17일 이틀간 도심 대규모 집회 진행
경찰 “대다수 시민, 큰 불편 겪어” 엄정 수사 선언
민주노총 “집시법 제한 커…경찰청장 사과 우선돼야”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건설노조 불법집회에 대한 경찰청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건설노조 불법집회에 대한 경찰청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경찰이 건설노조의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불법집회라고 규정하고 단호한 수사 방침을 밝힌 가운데, 노조들이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예고하지 않았던 언론 대상 브리핑을 진행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강한 수사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건설노조는 지난 1일 사망한 노조 간부 고(故)양회동씨를 추모하고 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과 강압수사 책임자를 처벌할 것 등을 촉구하며 지난 16일∼17일 이틀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1박 2일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대다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은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불법 집회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 5명에게 오는 25일까지 출석을 요구했다”면서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윤 청장이 지목한 수사 대상자는 지난 16일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 2명과 지난 17일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집행부 3명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소음유지명령을 위반하고 집회 주최자 준수사항을 위반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를 적용한 상태다. 이와 함께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고 지난 16, 17일 모두 신고된 시간인 오후 5시을 넘겨 집회를 계속 진행한 것에 대해 집시법을,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허용된 범위를 넘어 도로를 점거한 행위에 대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각각 적용해 수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윤 청장은 이후 개최 예정인 각종 집회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그는 “야간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 집회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며 “건설노조와 같은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도 금지 또는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 중 출·퇴근 시간대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과도한 소음 등으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집회 진행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노숙 등을 해 인도 통행이 일부 제한됐으며 음주, 고성방가, 쓰레기 투기 등 여러 문제도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건설노조에 서울광장 무단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노총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故 양회동 조합원을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노총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故 양회동 조합원을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노총 “과도한 집회 제약” 규탄

윤 청장이 노조에 대한 엄정 수사 방침을 내놓자,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반발에 나섰다.

이날 민주노총은 “경찰은 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인 채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현행 집시법이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 불법인지는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 청장의 브리핑은 경찰이 윤석열 정부의 반노조 정책에 돌격대가 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6일 건설노조 조합원이 참여한 문화제는 10·29 참사 200일을 맞이해 진행된 추모 문화제인데, 여기에 참여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들은 경찰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과도하게 집회, 행진 시간을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실제 퇴근 시간에 인접한 시간대에 제한 통고가 오고 있고 이에 맞춰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며 “퇴근시간을 피한 야간 행진은 법원의 판단과 처분에 의해 진행됐는데 경찰은 법원의 판단마저 부정하겠다는 것이냐”고 규탄했다. 

길거리 집단 노숙과 과도한 소음 및 시민 불편 초래 행위에 대응하겠다는 윤 청장에 발언에 대해서는 “한강 둔치에서 가족, 동료와 치맥하고 돗자리 펴고 잠자는 것도 규제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들은 윤 청장이 경찰 출석 요구가 아닌 양회동 열사 앞에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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