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실업급여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실업급여 담당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해당 발언을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 내에서도 젊은 세대·여성과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가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실업급여의 축소 혹은 폐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맹비난으로 이어지고

지난 12일 민당정 공청회에서는 논란이 되는 발언이 나왔다.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퇴사 전에 실업급여 신청하러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여성은 웃으면서 방문하고 남성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업급여 받는 도중 해외여행을 가고, 샤넬 선그라스를 사거나 옷을 사는 식으로 즐기고 있다면서 “이거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남성은 실업에 크게 상실감을 느끼지만 여성은 반대라는 취지의 발언이기 때문에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옥지원 전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누가 봐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가했다. 남성은 성실한 일꾼 여성은 사치하는 된장녀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실업급여 얘기에 남자와 여자로 나눠 언급된 것은 부적절하고, 청년 여성들은 실업급여 신청할 때 조신하게 거적때기 입고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가야 하냐고 따졌다.

문제는 해당 발언을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인용했다는 점이다. 박 의장은 이날 호텔에서 열린 ‘사단법인 산학연포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실업급여 담당자의 발언을 언급했다.

다만 남성 여성이나 젊은 세대라는 표현 대신 ‘한 부류’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지금 주력이 50~60대고 20대들은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구조”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179만원인데 실업급여는 184만원을 받는다면서 일하는 사람이 일 하지 않는 사람보다 돈을 덜 버는 왜곡된 구조가 있으니 젊은 세대들이 6개월~1년쯤 일하다가 실업급여를 타려고 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실업급여?

하지만 이 역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현실화를 해야지 실업급여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라는 것이 결국 사회안전장치인데 그것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게 된다면 결국 사회적 약자가 갈 곳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는 국민의힘의 갈라치기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킬러문항 논란이 나왔을 때에도 일타강사를 ‘악마화’ 시켜서 여론의 반전을 꾀하려고 했던 것처럼 실업급여 역시 갈라치기를 통해 젊은 세대와 여성을 ‘악마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업급여 개혁안에 대한 동력을 얻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실업급여의 축소 또는 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업급여를 타는 사람은 ‘악마’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즉, 실업급여를 타서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프레임을 잘못 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업급여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라는 것이 결국 사회안전장치인데 그것을 빼앗아 버리겠다는 것은 서민들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업급여 논란은 벌써부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무엇보다 실업급여 담당자의 인식보다는 박 의장의 인식이다. 실업급여 담당자는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한 것일 수 있지만 박 의장의 발언은 공당의 정책위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선이다.

보수언론에서도

보수언론에서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실업급여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온라인에서는 내년 총선 심판론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청년세대 그리고 여성은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언제 어느 때 ‘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만약 퇴직을 했을 경우 그에 따른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실업급여가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면 그 안전장치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불안감은 내년 총선에서 표심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당시 젊은 층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념’이나 ‘정당’을 따라가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 등을 따져서 언제든지 지지 정당을 갈아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실업급여를 건드린다는 것은 섶을 짊어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실업급여를 갖고 공세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실업급여 논란이 젊은 세대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