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재한 차별·편견…‘정착’ 개념으로 접근해야
금융·고용·의료 등 서비스서 불편함 호소도
언어로 한정된 교육…진로·진학 등 지원 필요
소통 활성화 및 법적·제도적 인프라 구축 중요

‘이주민’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사는 사람 또는 다른 지역에서 옮겨와서 사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이주민은 지난 2021년 12월 기준으로 약 213만 명이다. 현재 외국인 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기면 ‘다문화 사회’로 규정하고 있는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이미 지난 2019년 국내 인구의 4%를 넘어섰다.

이처럼 이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이들이 아닌 전국 곳곳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웃’이 됐다. 많은 이주민들 중 다문화가 대한민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노력해 온 사람들이 있다. 

<투데이신문>은 연재 기획 [내 이웃, 이주민]을 통해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매김한 이주민들을 찾아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물론 삶의 숨겨진 그늘을 직접 들었다. 더 나아가 그들이 더욱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들을 담았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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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버스나 마트, 식당 등 일상 곳곳에서 우리는 쉽게 이주민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한국인과 다른 언어, 외모 등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지만,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로서 한 울타리 안에 우리와 같이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한 편견과 차별의 벽과 정부의 무관심, 미흡한 정책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인권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이주민에게 혐오 또는 차별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54.1%를 차지했다. 이는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차별을 인식하고 있거나 이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2%로, 지난해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데이신문>이 기획연재 ‘내 이웃, 이주민’을 통해 만난 이주민 △결혼이주여성으로 와 다문화 강사로 활동 중인 중국 출신 서태실(48)씨 △E-9 근로자로 와 엔지니어로 근무한 네팔 출신 너레스(30)씨 △베트남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대학생 이소희(25)씨 △현 수원이주민센터 대표인 미얀마 출신 킨 메이타(58)씨 △외국인노동자로 한국에 와 19년째 마트를 운영 중인 태국 출신 프리차(52)씨는 저마다 한국에 온 이유,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지만, 대한민국 곳곳에서 다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녹아들 수 있도록 묵묵하게 노력해 왔다.

또한 이들은 이주민이 차별과 편견없이 한국에 안정적이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정부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본보는 이주민 관련 전문가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김규찬 교수,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이영 센터장, 이민정책연구원 박민정 부연구위원과 앞으로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게 될 다문화 및 바뀌어야 할 사회,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들은 이주민을 더 이상 ‘낯선 곳에서 온 낯선 자’가 아니라 ‘국민’으로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태도와 정부의 정책이 자국민과 동등한 범주 안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임을

먼저 본보가 만난 이주민들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아직 잔재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유로는 출신 국가, 언어, 외모, 결혼 이주 등 다양했지만, 이들 혹은 그 자녀들은 차별과 편견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 이에 이주민들은 자신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시민”이라며, 존중받기를 원했다.

전문가들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아직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보다 필요하다는 평가다.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김규찬 교수(이하 김) 우리나라는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및 편견이 심하다. 이들은 한국보다 다소 경제적으로 낮은 나라에서 정책적, 전략적인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제도를 통해 오게 됐는데, 이로 인해 일반 대중들의 의식이 ‘잘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에서 멈추게 됐다. 또한 내국인이 진입하지 않는 열악한 일자리는 이주민이 맡아야 한다는 인식도 강해졌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러 이주민과 그에 따른 빠른 정책 도입으로 인해 단기간에 다양한 국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우리가 이들과 같이 생활해 본 경험이 거의 없으니, 실제 편견이 아닌 ‘상상된 편견’이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아직 한국이 낯선 이주민에게 언어, 한국 문화 등 살아갈 준비를 시키는 관련 정책의 중심이 불안정한 것도 이유다.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이영 센터장(이하 이) 아직 한국 사회, 정부 정책은 ‘한국화’가 되지 않으면 다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 이주 여성에 굳어진 이미지는 과거와 변화된 것이 없으며,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단순 노동력만 요구하는 게 실상이다. 한국의 기준에 맞추는 것만 강요만 하지 말고, 개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0년 무렵 주변부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하려고 하니 거부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인데, 이때부터 국내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 인종 차별들이 불거졌다. 대표적으로 외국인들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과 외국인의 범죄율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근거 없는 주장은 모든 외국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이고, 비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문화 사회 기로에 서 있는 현시점에서, 상호 이해와 존중으로 차별의 더 큰 양산을 막아야 한다.

이민정책연구원 박민정 부연구위원(이하 박) 현재 한국은 이민자들에 대해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외국인들이 유입된 초창기에는 결혼 이민자 중심으로 맞춰져 그들이 유일한 혜택의 대상이 됐고 이후로 변화하지 않아 나머지 이주민에 대한 체계는 미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부 한국 시민들은 정부가 이주민에게 너무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말하곤 한다. 또한 한국으로 오는 이주민은 결혼 이민자로 한정된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 방식 등이 있다. 이를 사회와 정부가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차별과 편견을 잠재울 수 있다. 언론에서도 이주민에 대해 어렵고 무겁게만 다루다 보니 더욱 이미지가 고착된 부분도 있다. 이주민에 대한 홍보나 조기 교육 절차를 마련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차별과 편견을 줄일 수 있다. 사실 차별이라는 것은 이주민을 떠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에 따른 보완책이나 구제 절차도 당연 뒷받침돼야 한다.

가깝고도 먼 ‘한국’ 이라는 나라

이주민들은 차별과 편견 외에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불친절함’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위한 정책임에도 정작 어려운 한국어로 꽉 채운 안내와 과정에 답답해 했고, 더 나아가 질좋은 금융, 고용,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이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자립해 살아가기엔 높은 벽이 있다며 이주민의 생애와 발맞춘 서비스 재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이주민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거나 사회 주요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등 일명 ‘성공의 경험’ 사례가 많이 축적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과거 동양인들이 차별을 받았던 역사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나름의 영역에서 정착하고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같은 경험이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이주민의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회의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외국인 입장에서 생활하기가 아직은 굉장히 불편하다는 점이다. 이주민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 여건과 인프라가 상당히 미흡하다. 온라인이 편리하다 말해도, 정작 살고 있는 시의 홈페이지만 봐도 다양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해주지 않아 쉽게 접근도 어려울뿐더러 얻을 수 있는 정보마저 없다. 이주민들이 일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쉽고 빠른 ‘액세스 포인트(Access Point)’가 제공돼야 한다.

먼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들은 본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행을 결정하는데, 그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한국 거주를 희망하는 자들이 있는데, 국적 취득은 어렵고 급여, 한국어 등 자격요건, 취득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이 희망을 갖지 못하고 금세 포기하게 된다. 또한 차별적인 요소들이 아직 많은 것도 이유가 된다. 관공서를 다니더라도 언어, 절차의 어려움 등으로 정보를 얻는 것에 취약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언어, 출신 국가 등의 차별에 노출되기 쉽다. 이런 불편함, 해소되지 않는 편견들이 외국인의 한국 정착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외국인을 ‘단기’가 아닌 ‘영주’ 측면으로 접근해 이들이 무사히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고용에 있어서 비숙련의 저임금 착취 구조의 노동정책을 탈피해야만 그들이 한국에서 오래 남을 수 있다.

우리가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갖춰야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현재 외국인 분야를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이 나눠 맡고 있는데, 이런 칸막이로 인해 보다 혼란이 가중됐다. 통합적으로 운영할 체계나 법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은 것이다. 당연 이는 이주민의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복지센터, 다문화센터 등의 대상자의 폭도 좁다. 겨우 찾아간다 해도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복지, 서비스 등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서비스 전달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주민에게 세금, 사회적 질서 등의 의무만 강조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강제 퇴거’로 맞대응한다. 이주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한국 사회가 자신을 ‘보호를 해준다’고 느껴야 낯선 땅에서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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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넘어 ‘구성원’으로서의 첫 걸음

낯선 나라 한국에 온 이들은 적응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언어’를 꼽았지만, 정부의 교육 프로그램이 언어에만 쏠린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언어를 습득한 후 진학, 취업, 결혼 등 본격적인 삶을 영위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한국어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부 교육 체계에 대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던 1990년대 당시에 수립된 이민 정책이 아직까지 그대로 유지돼, 이들의 삶을 투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한국에서의 생활이나 적응, 사회 통합을 위해서 언어는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는 초기에만 크게 작용하고 이후부터는 노동시장,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이 생활하고 삶을 영위할 단계에 맞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현 정부의 언어 교육 체계는 단기로 왔다가 다녀가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공하는 수준인 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장기적으로 정착할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이주민 등 장기적으로 체류하는 이주민도 언어는 약 5년 정도만 넘어가면 결정적인 단계를 지나게 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민 초기 단계 프로그램에 머물러 있다. 언어를 적응한 단계 이후 취업, 진학, 결혼, 자녀 양육 등을 접하는데 알맞고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정착의 개념으로 교육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다문화 가족과 그의 자녀 아이들이 90년대 초반에 이주했다 가정하면, 이미 언어를 익힌 상태이며 자녀들은 벌써 성인이 돼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다. 과거에는 이주 여성이 외부 노동보다는 집안일을 하며 가정을 영위하는 것에 힘썼다면 현재는 이주민, 내국인 모두 ‘맞벌이’ 시대다. 이주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연계, 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에 이들은 단순 노동직이나 비정규직 근무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공교육 이탈률이 높은 것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탈률이 높은 이유는 학업 성취도가 떨어져서 인데, 거기에 자아 정체성에 따른 혼란도 더해지다 보니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녀들 중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학과 해외 지사, 파견 등을 진행 중인 기업이 특례를 줘 동기부여 시켜야 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렵고 위험한 현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언어 전달과 소통이 안 되면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 사업장 안에서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용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

이주민들에게 언어는 필수적이며, 이제는 언어에 플러스알파가 될 만한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제공 및 지원해 주는 교육은 한국어뿐이다. 현재 취업 관련한 교육은 보통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게 대부분인데, 이를 여가부가 맡고 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여유로운 결혼이주 여성들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른 이주민들은 교육에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한부모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맞춤 교육도 필요하다. 사실 이주민을 위한 교육은 통역으로 인한 외국인 강사를 고용해야 하는 등 재정적으로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각 외국인마다 모든 특성을 일일이 맞출 수 없어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 시행하는 것이 비교적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국인 정책 기본 계획의 방향으로 역량이나 자립 개발을 통한 하나의 시민으로 인정해 주는 쪽으로 가고 있는 만큼, 이주민이 우리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반드시 뒤따라 줘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다. 우선 이주민 별로 상담을 진행해서 필요한 교육을 선별하고 매칭시키는 등 효율적인 진행 방법이 필요하다.

지난 3월 2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열린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 참가한 이주민 및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3월 2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열린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 참가한 이주민 및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리의 ‘변화’가 필요할 때

과연 이들이 한국에서 ‘진정한’ 이웃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시민사회와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그리고 어떤 변화를 맞이해야 할까.

이주민들은 시민사회와 정부에게 ‘국민’으로서 주체성을 인정받고 싶어했고 나란히 서 동등하게 앞으로 향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서 보다 내국인과 이주민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며, 정부 또한 이주민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우선 시민사회 사이에서는 이주민과 접촉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양질의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좋다. 접촉이 늘면 1차적으로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편견이 점차 사라지며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고 이는 곧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도 적극적으로 자리를 채워 함께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또한 정부는 한국이 이민국가 바로 앞에 서 있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경제와 인구 정책 측면에서도 이주민을 배제하지 말고 수용, 관리하는 등 이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최소한의 이주민만 관리하고, 단기 노동자만 받아들이는 등 소극적인 입장보다는 역동적이고 모험적인 국가로 변모해야 한다. 또한 일상생활 속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이슈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일원화해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주민과 함께 하는 미래를 적극 구현하는 진취적인 국가로 나아갔으면 한다.

현재 시민사회는 인권 의식과 관련된 사안들이 많이 다양화됐지만, 아직 ‘이주’라는 꼭지가 들어가기는 입구가 굉장히 좁은 상황이다. 심지어 난민 등의 문제는 오히려 역반응이 크다. 하지만 그럴수록 같은 동일 선상에서 그들을 마주하려고 노력하면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 줬음 한다. 또한 정부는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고 적극 흡수해서 기존 제도를 좀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문화 이해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상호 다양성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초기 교육부터 차근차근 인식을 바꿔 나가다 보면 이주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말만 ‘다문화 사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지자체, 정부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같이 발맞춰서 나갈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게 혹은 오래 자리하지 않게 접촉하고 소통하는 다양한 기회가 마련됐음 한다. 더 이상 이주민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낯설지 않게 만남 안에서 공통점을 찾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공공기관, 각종 서비스 등에 대해서 이주민들에게 복잡하지 않도록 원스톱 및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에게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이야기다.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다양한 부처가 나눠가졌던 이주민 및 외국인 분야를 통합해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뭐든 정책을 국가 단위에서 모든 걸 책임지긴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 개입이 커져야 한다. 지방 정부에서 이주민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부서 등을 구성해서 이들을 가까운 곳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역 내 사회복지관 등에서도 이주민을 다뤄 ‘시민’의 틀 안에서 관리해야 하며, 수립된 이주민에 대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주민이 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시·군·구는 전국 228곳 중 총 86곳으로 집계됐다. 40%에 육박하는 수치만큼이나 우리에게 이주민은 ‘이웃’이 됐다.

이들은 사람으로서, 시민으로서 인정 받고 싶어했고 안정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터전에서 뿌리 내리고 싶어했다. 이주민들은 한국을 사랑했고 그 안에 녹아 들어 함께 나란히 마주보고 싶어했다.

당장이라도 밖을 나가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우리들의 이웃을 마주칠 수 있다. 같은 하늘과 땅 아래 함께 사계절을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향해 무참히 선을 긋는 것 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원 안에서 상생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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