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학교 분위기 달라져
학생에 신체·언어적 폭행 비일비재
교권과 교사의 권위 떨어졌기 때문
학생 권리에 엄격한 책임 따라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과 관련해 학교 담벼락을 가득 메운 추모메시지. ⓒ투데이신문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과 관련해 학교 담벼락을 가득 메운 추모메시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창현 인턴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진상규명 촉구 및 교권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교직 사회를 중심으로 불거졌던 교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지면서 교사들 사이에선 숨진 교사의 49재인 오는 9월 4일 연대 파업을 벌이겠다는 집단행동까지 예고됐다. 하지만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사들은 파업권을 보장받지 못해 연가 혹은 병가를 내는 방식으로 우회 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지난달 30일과 12일 각각 서울과 부산 소재 초등학교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많은 교사들이 교권 추락 현실에 공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지난 22일에는 전현직 교사 및 예비교사 5000여명(주최 측 추정)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 모여 추모 및 진상규명과 교권 보장을 위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동안 속앓이만 해왔던 교사들이 집단 행동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교사 10명 중 9명가량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분노를 느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달 22∼23일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 1만4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 사건 이후 느낀 감정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87.5%는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고 25일 밝혔다. 75.1%는 무력감을, 68.0%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우울감(61.1%)과 자괴감(59.2%)을 느꼈다는 교사들도 과반수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7년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각한 교권 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근무지에서의 불이익 등을 감안해 인터뷰에 응한 교사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7년차 초등학교 교사다. 올해 처음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올해와 작년을 제외하고는 고학년(4-6학년) 담임을 맡으며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Q.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현직 교사로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나.

먼저,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 교육과 교육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교권 침해 문제는 이미 교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었지만 교사 개인의 문제로 감내해왔다. 무엇보다 학생을 조금만 훈육해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에 어떻게 마음 놓고 교편을 잡을 수가 있나.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언제 이런 일을 당할지 몰라 불안하고 공포스럽다.

Q.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할 대로 추락해 학교 분위기가 예전과 같이 않다고들 이야기했는데.

7년째 교사로 일해오면서 사실 최근 학급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평소 학급 분위기는 좋게 말하면 자유롭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 공개 수업을 받던 학부모님들도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라기도 했다.

특히 교사들 사이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터지기 전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급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코로나19 이후 무례함과 폭력성의 강도·빈도가 많이 증가하지 않았나 싶다.

과거에는 지역 전체에서 한번 있을까 말까 했던 일들이 이제는 한 학교에서도 매년 발생하는 일이 됐다. 교사가 학생에게 신체·언어적 폭행을 당하는 일이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일 등 교권추락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Q.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하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교사커뮤니티 내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이 서로 반비례하는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학생 인권이 향상됐다고 해서, 학생들이 무례해졌다기보다는 교권과 교사의 권위가 떨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이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Q. 본인이나 주변에서 교권 침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면.

사실 몇 달 전 학생에게 맞은 적이 있다. 학생을 말리고 손을 붙잡는 것조차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냥 맞고 동영상으로 기록만 해뒀다.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건 처음이었지만, 심한 수업방해를 당한 적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주말에는 학부모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아 스트레스다.

동료 교사 중 한 분은 학생 훈육 중 아동학대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하기도 했다. 그 직장 동료는 1년 동안의 긴 재판 끝에 무죄를 받았고, 학부모는 무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Q. 실제 현장에서 학생에 대한 훈육과 제지는 어떻게 이뤄지나.

사실 문제 행동을 위한 교육, 제지할 방법이 거의 없기에 교권추락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 떠드는 학생,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등 다양한 문제 행동들에 대해 교사는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고 수정할 거의 모든 수단을 박탈당했다.

교사의 권한을 확실하게 보장받지 못해 교사는 수업 중 방해가 되는 학생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학생을 따로 불러내 지도하는 것만으로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으며 늘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교권침해를 당할 경우 학교 자체 내에서는 보통 ‘위클래스’라는 학생 상담실을 운영하며, 학부모 상담과 ‘위클래스’ 상담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하지만 이런 수단들은 1차적 제지 수단이 아니다.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들을 관리해줄 전문 인원이 모든 학교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그동안 학생들의 돌발 행동에 어떻게 대처했나.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은 거의 대화로 해결하려 한다. 강압적으로 하기보단 최대한 학부모와 더불어 학생과 라포(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한 다음 소통하려고 한다.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살펴보면서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건 쉽지 않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Q. 교권 추락에 ‘금쪽이’ 오은영 박사에게도 책임 있다는 여론이 불붙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오은영 박사의 영향이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오 박사는 ‘교육자’라기 보다는 ‘치료사’라고 본다. 의사이자 교수다. 그래서 교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고는 본다. 또한 오 박사의 특수 학생 치료 방식을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미디어에서 포장하고 있는 게 문제다.

Q.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의 만족도는 몇 점인가.

10점 만점에 6점이다. 아직까지 극심한 교권 침해를 직접적으로 경험해본 적은 없다. 다행히도 심각하게 힘들었던 적이 많지 않아서 동료 교사에 비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저는 심각한 교권 침해는 겪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보단 많이 만족도는 떨어졌다. 사실 앞으로도 상황이 이와 같다면 만족도는 더 떨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한다.

얼마 전 초등교사 커뮤니티에서 MBC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라는 편을 볼 수 있는 사람과 볼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게시글을 본 적이 있다. 교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교사들을 취재한 내용이다. 실제 교권 침해를 당한 분들은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볼 수 없기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것 같다. 

Q. 교권 추락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현재 교사가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훈육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다. 모든 교사의 행동은 아동학대라는 죄목으로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한 정당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법적 장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아동학대와 교사의 교육행위를 분리시키는) 교칙의 철저한 이행이나 학생들의 권리에 대한 엄격한 책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도적인 수정뿐만 아니라 이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인식을 바꾸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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