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목소리 내는 文
이재명 무기한 단식 소식에 전화로 격려

현안에 대해 점차 목소리 내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도 역할론 등장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서 대통령실을 저격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현실정치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과연 현실정치에서 멀어져 있냐는 의구심을 품기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에 복귀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왜냐하면 전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세규합을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일침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퇴임을 하면서 “퇴임 후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퇴임 이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간 이후 현재 ‘책방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평산마을을 찾는 사람들과 만나서 책을 파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인 문재인’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범도 장군 육군사관학교 흉상 이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폭주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흉상 이전에 반대한다”는 수준의 발언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전임 대통령이기 때문에 현 정부를 향해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정치인 문재인이어야 가능한 말이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정치인 문재인’이라는 평가가 어울릴 정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자마자 이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단식에 대해 격려했다. 사실상 정치인 문재인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사건·사고만 터지면 전임 정부 탓을 돌렸지만 그동안 계속 침묵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읽혀지고 있다.

이는 자칫하면 내년 총선이 전임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년 총선에서 자신은 심판대 위에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가만히 앉아 있어서 죽으나 몸부림치다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지난 5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최근 개장한 평산책방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5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최근 개장한 평산책방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렁이도 밟으면

더욱이 민주당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내홍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2021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의혹 등과 더불어 친명과 비명계의 계파 갈등 등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하는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과연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직접 맞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계속 내년 총선을 전임 정부 심판론으로 내세운다면 결국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윤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대통령실에 초청을 하지 않는 등 상대 정당 정치인과의 대화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왜냐하면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이 ‘강대강’으로 맞선다는 것은 국론 분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역사상 문 전 대통령처럼 현안에 대해 직접 말을 꺼낸 전임 대통령이 드물다. 퇴임 후 존재감을 내비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그것을 문 전 대통령이 깨고 있다는 것이다.

관례 없는 문재인의 행보

다만 이런 관례를 깨는 것에 대해 국민적 역풍이 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민주당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에서 자제를 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내놓은 논리는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즉, 대통령실과 여당이 계속해서 문 전 대통령을 공격하니 문 전 대통령이 응수를 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실과 문 전 대통령의 공방은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내년 총선은 현 정부 심판론과 전 정부 심판론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응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다만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 사례가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면 전임 대통령이 다시 국회의원에 나서고 다시 대통령에 나서겠지만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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