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표결 처리 염두에 뒀나
생각지도 못한 단식투쟁에 檢 당황
당 안팎에서도 우려 목소리 높아져
검찰 향한 승부 기질, 검찰 선택은 과연
내년 총선 공천 앞두고 계파 결집 시도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지난달 31일 당 대표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지던 도중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단식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당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갑작스런 선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투쟁 선언은 정치권 안팎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게 했다. 워낙 느닷없이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은 9월 정기국회를 준비하고 있고,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따라서 단식투쟁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만약 단식투쟁을 한다고 하면 9월 정기국회를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대표가 단식 돌입 선언 후 3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우선 민주의 훼손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국정 방향을 국민 중심으로 바꾸라는 것과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는 것,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을 단행하라는 것이다.

해당 요구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이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당 안팎에서 나오는 우려 때문인지 이 대표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 받을 지점은 검찰 수사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말한 것이다. 이는 결국 오는 4일 검찰 출석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단식투쟁에 돌입하게 된다면 검찰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소환 조사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역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1박2일 2차 비상행동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1박2일 2차 비상행동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구속영장 청구 부담

이 대표가 결국 이러한 점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는 8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기대했다. 그러면 8월 임시국회 문을 닫게 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검찰은 8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9월 정기국회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에는 불체포특권 규정이 있기 때문에 9월 정기국회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 9월 정기국회이기 때문에 회기를 강제적으로 종료할 수도 없다.

문제는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가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처리 당시에는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이 나왔지만 무효표가 많이 나오면서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찬성표가 많이 나오면서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생명이 끝나게 된다. 따라서 이 대표는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 단식투쟁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했기 때문에 검찰이 섣불리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검찰의 결정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에 강한 태도를 보이면 검찰이 꼬리를 내린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서 송영길 전 대표가 자신부터 먼저 수사를 하라며 자진출석을 여러 번 하면서 오히려 검찰이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끌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돌았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가 단식투쟁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결심을 다소 늦추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검찰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움직인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친명계의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친명계를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비명계가 최근 들어 이 대표 사퇴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 단식투쟁을 하면서 친명계의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10월 퇴진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질서 있는 퇴진의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을 확실하게 장악한 뒤 퇴진해 당의 영향력을 최대한 남겨 놓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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