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돌봄노동자, 주로 남성에 ‘성적 폭력’ 당해
야한 동영상에 접촉 시도까지…대책 마련 필요성↑
재단 “권리 인정·존중하는 문화와 인식 개선해야”

공공운수노조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로비에서 오세훈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공운수노조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로비에서 오세훈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기저귀 케어를 하는데, (어르신이) 자꾸 자신의 신체 일부를 만져달라고 했어요.”

요양보호사 및 활동지원사 등 여성 돌봄노동자들이 이용자로부터의 성희롱·성폭력과 폭언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노동자의 인권과 자율성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대응할 세부적인 규정 마련과 이용자에 대한 제재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이 최근 발표한 ‘경기도 여성 돌봄노동자의 노동실태와 개선 방안 : 직무환경 및 건강실태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은 이용자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적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한 21명의 돌봄노동자는 성적 폭력이 주로 성인 남성 이용자에 의해 일어났다고 응답했다.

돌봄노동자 A씨는 “편마비 (요양등급) 2등급 어르신인데 자꾸 이것(성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했다”며 “기저귀 케어를 할 때마다 그렇게 해 ‘경찰에 잡혀가요’ 하면 조용하다가 다시 그런 (성희롱성) 얘기를 했다”며 성적 폭력 경험을 털어놨다. 

또 다른 돌봄노동자 B씨는 “저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많았는데, 심장이 떨려서 청심환을 먹어도 계속 병이 생겼다”며 “(한 노인은) 여성 나체사진을 스크랩해서 2인용 식탁의 제가 앉는 자리에 유리 사이에 끼워놓기도 했고, 성적 수치심이 느껴지도록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옷을 벗은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돌봄노동자에게 보여주는 것에 이어 신체접촉까지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돌봄노동자 C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은 약간 이상한 그림이나 옷을 벗으면서 여성이 나타나는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또 어깨를 마사지를 해 주겠다며 옆으로 오려고 했다. (어르신을) 피한 후 신체접촉 거부 의사를 밝힌 적도 있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노동자가 분명하게 거부의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일부 이용자는 부적절한 행위를 지속함에 따라 결국 기관에 보고해 종결처리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기관에 따라 이용자를 종결처리 하는 것을 꺼려하거나 다른 돌봄노동자로 바꾸는 경우도 존재해 결국 성적 폭력 피해를 경험한 돌봄노동자가 먼저 그만두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영유아 등 아동을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아동청소년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을 하는 연구 참여자들은 성적 폭력 피해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성적 폭력 외에도 돌봄노동자들은 이용자 및 보호자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불만이 생길 경우, 욕설을 하거나 큰 목소리로 위협해 심리적으로 불안 증세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 나아가 이들은 일부 사용자가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적도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돌봄서비스 노동자는 주로 이용자의 집으로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집이 곧 근로 장소”라며 “이는 이용자 폭력과 부당한 요구 및 행태 등 여성 돌봄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침해에 취약할 수 있는 환경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 돌봄노동자의 권익과 인권보호를 위해 돌봄노동을 필수노동으로서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또 성희롱 등 성적 폭력 등을 비롯해 인권과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받는 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 마련 및 안내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재단은 △업무 범위 등 서비스 이용 전 이용자에 상세히 안내 △재가 돌봄노동자의 휴게시간 보장 및 유급휴가 사용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과 지원 확대 △안전관리 및 위기대응 매뉴얼 제작 등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