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의해 가결됐다. 가결 요건인 148표에서 단 한 표 많은 수였다. 이후 언론에서는 헌정 역사상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처음이라는 기사를 쏟아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고성이 오고 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이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국민, 심지어 여당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까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언론에서는 향후 정치권의 향방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필자는 소식을 접하고 씁쓸하긴 했지만, 오히려 담담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잠시 ‘원칙’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법부가 아닌 일개 행정부이고, 검찰이 유죄를 ‘주장’하는 것이지 이것이 이재명 대표의 유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27일 새벽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향후 재판에서 피고의 유무죄 여부를 다툴 것이고,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피고는 무죄가 원칙이다. 정치적으로도 이재명 대표가 소위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당 대표가 됐으니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임기까지 당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마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중 많은 사람들이 필자의 마음이나 생각을 ‘나이브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재명 대표에게 비판적인 정치인들이 한 말 가운데 “대표 한 명이 없다고 당이 위태로우면 그건 당이 아니다”는 주장은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표 한 명이 없어서 당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된 것에 대한 책임은 소속 의원과 당원, 지지자가 지면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과연 저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질까? 아마 가장 힘없는 평범한 당원들이 온몸으로 그 책임을 짊어지지 않을까?

또한 국가 전체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당 하나가 위태롭다고 국가가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미 현재 대통령과 여당, 수구 언론과 단체들이 대한민국을 열심히 흔들어서 더 위험할 것도 없지 않나? 경제는 위태롭고, 남북한 상황은 위험하고, 외교에서는 무능함을 드러내고, 국민은 귀신 잡는 해병대라고 해도, 그림자도 밟지 못한다는 스승이라고 하더라도, 택배 노동자도, 빵 만드는 공장 노동자도 자기 일을 하다 사망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길을 가다가 사람에게 깔려서, 지하차도를 통과하다 큰비에 휩쓸려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의 근본적 원인인 대통령과 여당을 만들어 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있다. 그 책임 역시 직접적 원인 제공자가 아닌 지난 대선과 지자체 선거 때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던 평범한 당원들이 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대선과 지자체 선거 결과의 책임을 시민들이 온몸으로 지고 있지 않은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지면에서 검찰 독재, 김영삼 대통령의 의원직 재명 등을 언급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상하게도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소위 ‘가신’들이 생각났다. 본 지면에서 다룰 주요 소재다. 소위 ‘양김’이라고 일컬어지며, 동지이자 라이벌, 그리고 정적의 관계였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주변에는 가신 그룹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소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를 구성했다. 이들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목숨을 걸고 독재에 저항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흡사 ‘보스’로 모신 두 정치 거목이 대통령이 된 이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사람들의 행보가 사뭇 다르지 않나?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경우 비교적 오랫동안 김영삼 대통령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서 김동영 의원과 최형우 의원의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이들을 소위 ‘좌동영 우형우’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에 걸맞게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보다 먼저 사망한 김동영 의원의 빈소에서 오열했고, 김영삼 대통령 사망 당시 최형우 의원은 노구를 이끌고 빈소에 방문해 곡을 했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의 김영삼 대통령의 가신들은 김영삼 대통령과 크게 노선을 달리하지 않았다. 김영삼 대통령 최대 과오 중 하나인 3당 합당 당시 여기에 반대해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떠난 정치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후 이들의 정치 행보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다시 김영삼 대통령 곁에서 측근으로 일했고, 어떤 사람은 민주화 운동의 주요 인사로 존경받았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면 동교동계 인사들은 어떤가? 상당수의 인사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기가 끝날 무렵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뜻과는 사뭇 다른 정치 행보를 보였다. 물론 대북송금 특검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였던 시절부터 소위 ‘후단협’이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후보의 입지를 흔들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을 지지했다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일부 인사들은 노무현 대통령 퇴임과 사망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던 박정희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했다. 심지어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씨를 지지하거나, 박근혜씨의 상대인 문재인 후보를 흔들었다. 이후 박근혜씨가 대통령직에 있을 때 주요 인사가 되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진 않더라도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고 당대표가 된 문재인 대표를 흔들고 탈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가신이었다는 이유로 이후 같은 당 소속의 대통령도 지지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가신들과 비교하면 그 행보가 사뭇 다르다.

이렇게 김대중 대통령의 가신들과 김영삼 대통령 가신들의 행보가 다른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가진 카리스마와 재력,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행태가 김대중 대통령의 꼼꼼함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점, 김대중 대통령의 가신들이 워낙 많은 고초를 겪었고, 오랫동안의 민주화 운동으로 야인 생활도 길었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이라는 점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가신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그것은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치생명 연장이었다. 이것을 위해 그들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가신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지 않았고, 그 대신 대의(大義)보다는 사익(私益)을 추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이재명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가신들의 행보와 이들 대통령의 리더십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현 대통령이 검찰 수사하듯 정치하고, 법무부 장관은 정치하듯 검찰 행정을 수행하는 검찰 독재의 시기라는 비판은 감안하면, 군부독재 시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또한 현재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는 기득권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의 의원직 유지가 주된 원인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있을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리더십과 가신들을 대하는 자세를 이재명 대표의 것으로 소화한다면, 이 대표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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