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변에 깔린 편견과 혐오는 언제나 잠재된 집단 갈등의 씨앗이 됐다. 이런 상황은 어디에나 존재했고, 어떤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더욱 커다란 문제라 여겨졌다. 배타적으로 인식된 집단은 매번 달랐다. 때로는 종교 집단이, 때로는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소수자나 특정 민족 공동체가 대상이 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다행히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범위도 꽤 늘었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앓아온 몸살이 빠르게 낫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가운데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루케니, 도대체 왜? 어째서 황후 엘리자벳을 죽였습니까?”“내가 그녀를 암살한 건… 그녀가 원했기 때문이오!”어두운 무대 중앙으로 툭 떨어진 올가미. 언제 봐도 강렬한 프롤로그는 뮤지컬 ‘엘리자벳’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객석을 단숨에 소용돌이치던 격랑의 시대로 이끈 인물은 바로 황후 엘리자벳을 살해한 무정부주의자이자 작품해설자 루이지 루케니다. 백 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엘리자벳 죽음의 배후를 밝히란 질문에 끊임없이 시달리던 루케니는 고통 속에 절규하며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증인으로 소환한다. 영혼을 잃은 채 꼭두각시
분명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데다 언뜻 보면 뚜렷한 서사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 다시 생각이 난다. 문득 각인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고 기억을 하나둘 모아 곱씹게 된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어지는 작품이 아닐까. 아마도 뮤지컬 ‘더 데빌’을 접해본 적이 있는 관객이라면 분명 비슷한 경험을 해봤으리라 생각한다.뮤지컬 ‘더 데빌’이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기반해 탄생한 창작 뮤지컬로,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파격적이면서도 독특하게 조명해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2014년 초연
과학 기술은 문명의 꽃을 피우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덕분에 우리는 상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감히 꿈꾸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20세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라 기록된 복제 양 돌리의 등장은 인간 복제 가능성을 열었고, 나아가 우리 삶을 더욱 넓은 범주로 확장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게 했다.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는 반드시 뒤따르는 법이다. 요약하자면 불완전한 성공이었다. 윤리적 난제와 부딪힌 과학은 앞으로 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미처 알 수
노래가 가진 힘은 위대하다. 오로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몇 가지 행복 가운데 하나인 노래는 아름다운 선율에 위로를 담아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때때로 삶을 지탱할 에너지가 되어 용기를 북돋운다. 또 잊고 있던 추억을 되살려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뮤지컬 ‘하데스타운(Hadestown)’에도 이런 노래의 위력이 잘 나타나 있다. 음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컬에서 노래가 작품을 풀어가는 도구였다면, 이 작품에서만큼은 확실히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내포한다. 신과 인간이 함께 부른 노래는 그 어느 때보다 황홀한 위안을
요즘은 ‘K’라는 수식어 하나가 곧 브랜드이자 국가적 자부심을 의미한다. 작년 초엔 K-방역 덕분에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팬데믹에도 안전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나라로 주목받았고, 각종 문화 콘텐츠들은 탄탄한 온라인 매체를 기반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며 수준 높은 퀄리티를 인정받았다.또한 해외 제작자들이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모색할 정도로 K-문화는 가능성 있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감으로 자리하게 됐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곧 한국 뮤지컬도 ‘K-뮤지컬’이란 독창적인 장르로 우뚝 설 수 있으리
최근 들어 우리 역사 바로 알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애국 의식이 날로 고취되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이 올라왔다. 바로 오랜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온 뮤지컬 ‘명성황후’ 이야기다.뮤지컬 ‘명성황후’가 지난 1월 19일과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명성황후’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1995년 첫인사를 올렸던 장소에서 상연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틀에 걸친 단 3회의 프리뷰 공연만을 마치고 곧바로 공연을 중단해야만 했다. 애당초 1월 6일 개막 예정
‘‘유령’은 여전히 건재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서울 공연이 지난 3월 14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공연 진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지만 유령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극장을 지켰다. 일찍이 한국에서는 이미 많은 공연들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고, 좀처럼 꺼질 줄 몰랐던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불빛도 지난 3월 13일(미 현지시간 기준)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50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래 기약 없는 셧다운이 결정된 상황이었다. 오랫동안 유령의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