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공연사진 ⓒPL엔터테인먼트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공연사진 ⓒPL엔터테인먼트

요즘은 ‘K’라는 수식어 하나가 곧 브랜드이자 국가적 자부심을 의미한다. 작년 초엔 K-방역 덕분에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팬데믹에도 안전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나라로 주목받았고, 각종 문화 콘텐츠들은 탄탄한 온라인 매체를 기반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며 수준 높은 퀄리티를 인정받았다.

또한 해외 제작자들이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모색할 정도로 K-문화는 가능성 있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감으로 자리하게 됐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곧 한국 뮤지컬도 ‘K-뮤지컬’이란 독창적인 장르로 우뚝 설 수 있으리란 희망이 보인다. 그런 가운데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그리며 당차게 등장한 작품이 있으니, 이번에 소개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K-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이 답답한 세상을 호령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돌아왔다. 지난 1월 5일 개막한 이번 공연은 오는 2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은 첫 등장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2019년 두산아트센터 초연 당시 관객들은 새로운 ‘K-뮤지컬’이 등장했다며 반색했고, 이어진 앙코르 공연 역시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작품은 변함없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약간의 수정을 거치면서 규모를 키워 2021년 다시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던 일부 장면은 요즘 상황을 반영해 변경됐는데, 이런 아쉬움을 덜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객석의 박수 소리는 오히려 더 커진 느낌이다.

뒤이은 수상 이력 또한 작품의 저력을 증명한다. 2019년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앙상블상을 시작으로 2020년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선 대상과 작품상을 포함한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남녀 신인상 수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어 지난 1월 11일에 개최됐던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작품상과 안무상, 신인 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실제 관객들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이끈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은 이번에도 거침없는 흥행 돌풍을 예감케 한다.

유쾌한 상상력에 바탕을 둬 탄생한 뮤지컬은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우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 뚜렷한 드라마가 있어 더 매력 있다. 독특하게도 ‘시조’가 국가 이념인 조선이 배경으로 설정됐다.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백성들이 버텨낼 힘을 준 원동력은 다름 아닌 시조에 있었다.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삶에도 흥겨운 시조 한 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시조가 역모의 발단이 되리란 모함으로 인해 조선에서 양반 외에 시조를 읊는 것은 금지됐고, 백성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자유와 행복의 씨앗을 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던 와중에 골빈당이 홀연히 나타나 백성들의 평범한 일상에 파고든다.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세력은 이를 저지하려 하지만, 골빈당은 누구의 삶도 당연하지 않다는 외침과 함께 힘을 모아, 구름에 가려진 조선을 구하고 모두에게 시조를 즐길 자유를 돌려주려고 한다. 무려 15년 만에 열린 조선 시조 자랑. 하지만 이는 전부 골빈당을 잡아들이려는 홍국의 계략이었다.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정체를 숨기고 ‘수애구’로 출전한 골빈당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동안, 관객들은 눈물과 웃음을 오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새날을 응원하게 된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라 할 만한 정과 흥, 그리고 한의 정서가 모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던 이들이 반짝이는 기지를 발휘해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당차게 내디딜 때, 관객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목적 없이 살던 떠돌이 청년 단이 우연히 진 아가씨의 도움을 받으며 인연을 맺고, 끝내 아버지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자아를 찾아 골빈당과 가족 같은 사이로 엮이는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무척이나 따뜻하다. 골빈당이 읊는 시조 안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받는 일상이 그대로 담겼지만 익숙한 우리 소리와 맑고 구성진 가락에 멋스럽게 어우러져 더 후련하다.

‘놀아보세’, ‘새로운 세상’, ‘조선수액’, ‘이것이 양반놀음’ 등 보는 내내 신명을 돋우는 음악과 곁들인 춤도 예사롭지 않다. 자유로운 선율에 몸을 맡긴 배우들은 순간 모든 걱정을 잊은 듯 무대 위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여기에 진과 단을 포함한 골빈당 식구들 외에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악역 홍국과 백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줄 아는 임금,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여린 속내를 지닌 ‘룰루랄라’ 조노, 조선 시대 국민MC 엄씨까지 모든 캐릭터가 다 돋보인다.

▲ 최윤영 평론가·공연 칼럼니스트<br>-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br>-공연을 말하다’ 크리에이터<br>-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MC<br>- 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br>​​​​​​​-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 최윤영 평론가·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크리에이터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 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
-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직선이 강조된 2단 구조의 무대 구성도 눈에 띈다. 여기에도 작품의 설정 의도가 드러난다. 상단에는 기득권층이, 하단에는 비기득권층이 자리하는 일반적인 구도에서 자유롭게 봉을 타고 오르내리는 단과 결국 백성의 소리를 직접 듣길 결심하고 스스로 반성하며 모두에게 자유를 되돌려주는 임금의 모습은 시각적으로 다시 한번 조선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백성들과 어우러지는 장면에선 골빈당이 상단에 위치해 움츠렸던 이들을 독려하고 흥겨운 시조로 변화를 이끄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만큼 단조롭게 표현된 무대를 역동적이면서도 화려한 액션과 노래, 춤사위로 가득 채워내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달라진 일상에 어렵게 적응하기 시작한 지 벌써 2년 차에 이르렀다. 여전히 갈 길은 멀고, 끝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속 깊이 맺힌 응어리도 더 단단해져만 간다. 모두가 하루하루 지쳐가는 요즘, 결국 우리를 다시금 미소 짓게 할 수 있는 건 역시 공연이다.

이런 때,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던진 외침은 힘찬 메아리가 되어 관객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울려 퍼지는 희망으로 기억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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