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부동산 대책 실패 비난 피하려 조작했나” 질의 쏟아져
유경준 의원 “통계 조작, 재건축부담금 1조원 더 내…증여세도 문제”
정확도 낮은 주간 가격통계 개선도 숙제 “‘잡음’과 ‘신호’ 구분 어렵다”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이 국회 국정감사에 이어 본격적인 검찰 수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의혹을 계기로 보다 정확한 부동산 통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 만들어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로 촉발된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원의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은 국회 국감과 검찰수사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비판을 피하고자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되면 통계의 신뢰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 10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은 전 정부 시절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대책 실패로 비난이 두려워 부동산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했으며 같은당 엄태영 의원은 “통계 조작 문제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세계적 수치가 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에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15일 부동산 통계 등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등은 통계 작성기관인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했다”고 감사 결과를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회 이상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 통계수치 조작은 부동산원의 주중치, 속보치 등을 사전에 받은 뒤 집값 상승률 수치가 낮게 나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감사원은 “부동산원은 통계에 대한 불신 여론이 확산되자 이른바 ‘표본가격 현실화’와 ‘표본재설계’를 실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 표본가격을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원은 애초부터 주중치 등을 낮춰 보고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통계수치 조작으로 인해 정비사업조합 조합원들이 내지 않아도 될 재건축부담금을 부담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10일 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51개 재건축 단지의 ‘재건축부담금예정액 검증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작된 부동산 통계로 전국 24개 단지에서 약 1조원의 재건축부담금을 더 내게 됐다고 밝혔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종료시점 주택가액’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액’과 ‘개발비용’을 제외하고 부동산원 통계의 가격상승률을 적용한 가격상승분을 빼는 구조로 산정한다. 유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적게 오를수록 조합원들이 부담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라며 “민간통계보다 증가율을 더 작게 조작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원 통계를 사용하면 재건축부담금이 더 늘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유 의원은 “부동산원 통계는 증여세 산정에도 사용된다. 주택가격이 적게 오를수록 증여세를 더 많이 내는 구조”라며 “국토부가 기획재정부, 국세청과 긴밀히 협의해 조작된 통계로 증여세를 더 낼 국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요청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부동산원 통계를 적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관련 증여세 납부 건수는 약 57만3000건으로 납부세액은 106조224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같은날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통계에 손대는 것은 비뚤어진 확신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허물고 국가에 대한 신뢰와 존재이유를 무너뜨린 다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건축부담금 문제에 관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에 근거해야 부담하는 국민이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요청을 받은 검찰은 지난 5일 기재부, 국토부, 노동부, 통계청, 부동산원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관련 실무자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송봉준)는 10일 통계청 과장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번 의혹을 계기로 보다 정확한 부동산 통계를 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주간 가격통계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부정확하다는 진단이다.

한성대학교 이용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1주일 간격으로 가격통계를 축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거래량이 적으면 어떤 움직임이 ‘잡음’인지 ‘신호’인지 구분이 어렵다”면서 “만약 1주일 새에 0.1% 올랐다면 미세한 변동인데 시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대중들은 보다 빨리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짧은 시간 간격으로 통계결과를 받기 원하지만 간격이 짧을수록 정확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또한, 이 교수는 “부동산원이 주간통계에 실거래가를 참조한다고 하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다보니 참조할 표본이 많지 않다”라며 “민간기관과 조사방식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지수를 좌우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대중이 만족할 빠른 조사와 통계 정확도 둘 다 충족해야 하는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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