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 1000명 대상 설문조사 발표
의정부 ‘페트병 사건’ 등 전국서 사망 잇따라
응답자 38% 학교 내 안전사고로 민원 경험

학생들이 입학식을 앞두고 교실에서 담임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학생들이 입학식을 앞두고 교실에서 담임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 어느 날 A 교사 반 학생은 갑자기 학교에서 복통을 호소했다. 같은 반 학생들은 그 학생이 전날 과학 전담 교사와의 과학 시간에 자석에 대해 배우던 중 동그란 자석을 삼켰다고 설명해 줬다.

이에 A 교사는 곧바로 학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고, 학생은 응급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했다. 이후 학생의 학부모는 A 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따로 치료비를 요구했다. 결국 A 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가 합의금을 주고 재발 방지 각서를 썼다.

#2. 학교에서 공책 검사를 하던 중 한 학생이 공책 검사받고 자리로 돌아가려던 중 책상 사이 통로에서 책상을 양팔로 짚으며 가다가 스스로 넘어져 앞니가 손상됐다. 학교 공제회에서 보상 처리를 해줬지만, 해당 학생의 부모는 교실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왜 B 교사는 책임을 지지 않냐면서 지속해서 민원을 넣었다.

#3. 한 학생의 지갑에서 돈이 분실되었는데 학부모가 교사의 지도 감독 소홀을 이유로 지속적 민원으로 C 교사를 괴롭혔다. 이에 동료 교사들이 돈을 모아 학생에게 돌려줬다.

학교에서 벌어진 안전사고를 빌미로 악성 민원을 넣고 배상금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에게 시달린 교사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자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13일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 및 물품 분실, 파손 등으로 인한 교사 피해 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교조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교사 중 80.4%는 학생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약간 불안하다’고 답한 교사도 18.1%로, 98.5%가 학생 안전사고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불안감이 교육활동을 ‘매우 위축시키고 있다’고 답한 교사도 82.1%나 됐다. ‘다소 위축시키고 있다’는 교사도 17.3%로 집계됐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 및 물품 분실, 파손 등으로 인한 교사 피해 사례’ 설문조사 일부. [사진제공=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 및 물품 분실, 파손 등으로 인한 교사 피해 사례’ 설문조사 일부. [사진제공=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직접 민원을 경험한 적 있다는 교사는 37.8%였으며, 동료 교사가 민원 받은 적 있다는 교사는 45.5%에 달했다.

직접 소송당한 경험이 있다는 교사는 0.5%, 동료가 소송당한 적이 있다는 교사는 13%로 파악됐다.

이에 전교조는 “교사들은 학교 안전사고에 대해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치료비와 위로금을 지급하고는 있으나, 그에 만족하지 않고 교사에게 민·형사 소송을 걸거나 보상금을 요구하는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해 소송에 휘말리면 교사는 홀로 소송을 감당해야 하며 최종 결과가 무죄로 나오기까지 고통스러운 소송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며 “고통스러운 소송 과정을 피하려고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악성 민원인에 의해 피해를 보고, 그들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으며 심리적, 금전적 손해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민·형사상 소송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이 사용하는 물품의 분실, 파손 등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정부에 △교원지위법에 특례조항 신설 △학생안전사고 대책 수립 △교육 관련 제도 보완 등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의정부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한 교사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민원을 받았다. 그는 해당 학생 졸업 후에도 사비로 400만원을 치료비로 제공하는 등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2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 용인의 60대 고등학교 교사도 지난 6월 체육 수업 중 자리를 비운 틈에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눈 부위를 다쳤고, 이후 피해학생 측으로부터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당해 스스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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