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영조 하사 유해 [사진제공=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br>
고(故) 이영조 하사 유해 [사진제공=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다가 입대 한 달채 되지 않아 산화한 두 호국 영웅이 7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13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05년 3월 경북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수도사단 소속 고(故) 이영조 하사(현 계급 상병)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해 발굴은 6.25 전쟁 당시 부역으로 동원됐던 지역주민들의 ‘흩어져 있던 전사자 유해를 도음산 정상 부근에 매장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전문발굴요원에 의해 실시됐다.

도음산 일대 지역에서 400여구의 유해를 수습했고 이 지역에서만 현재까지 고인을 포함해 총 1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원확인 과정에서는 육군 제50보병사단 소속, 대구시 중구의 남산 1동대 오희찬 예비군 지휘관의 도움이 컸다.

오 지휘관은 국유단에서 받은 전사자 명부를 통해 고인의 막내 여동생 이숙자(75)씨를 찾은 후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고인의 유해와 채취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해 가족 관계임을 최종 확인했다.

고 이영조 하사는 국군수도사단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을 마련한 낙동강 방어의 동추 축선은 ‘기계-안강 전투’에 참전 중 전사했다.

해당 전투는 낙동강 동부지역 작전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새로운 국면을 마련한 전투다.

고인은 1931년 11월 5일 대구광역시 남산동 일대에서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입대 전 생활고로 학업을 포기하고 공장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고인은 낙동강 방어선이 구축돼 격전을 벌일 때인 1950년 8월 입대해 국군 수도사단에 배치됐는데, 이후 ‘기계-안강 전투’에 참전해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던 중 1950년 9월 4일, 19세의 나이로 산화했다.

고(故) 손명만 일병 유해 [사진제공=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br>
고(故) 손명만 일병 유해 [사진제공=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

또 다른 호국영웅 고(故) 손명만 일병는 지난 2016년 11월 경북 성주시 강동면 다산리 일대에서 발굴해 219번째로 신원을 확인했다.

지역주민이 건물 공사 도중 유해를 식별해 제보한 지역을 대상으로 국유단 전문발굴요원이 주변을 확장해 발굴했는데, 그 결과 혼재된 상태로 매장돼 있던 다수의 유해를 찾을 수 있었다.

고인의 유해는 정밀 감식 결과 머리뼈부터 발뼈까지 대부분의 골격이 남아있었다. 유해와 함께 다량의 M1탄과 카빈탄 등의 유품도 발견돼 당시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짐작케 했다.

손 일병의 신원은 병적자료 등을 바탕으로 유가족 기동탐문을 통해 확인했다.

국유단 기동탐문관은 고인의 병적자료에서 본적지를 경남 거제시로 파악한 후, 해당 지역의 제적등본과 비교해 지난해 8월 고인의 조카로 추정되는 손판철(70)씨를 찾았다.

이후 손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발굴된 유해 대조를 바탕으로 정밀 분석한 결과 고인과의 가족 관계임을 확인했다.

손 일병도 이 하사와 같은 국군 수도사단 소속으로 함께 기계-안강 전투에 참전 중 전사했다.

손 일병은 전쟁이 발발하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아내를 남겨 두고 1950년 9월 입대해 수도사단으로 배치됐다.

이후 기계-안강 전투에 참전해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던 중 1950년 9월 20일 22세의 나이로 장렬히 산화했다.

고인들의 신원 확인 소식에 이 하사의 친여동생 이숙자씨는 “얼굴도 모르는 오빠지만 늘 그리웠는데 이렇게 유해라도 만나게 돼 다행”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손 일병의 친조카 손판철씨도 “할머니의 유언으로 고인이 살아계실 때 좋아했던 녹두 고물 인절미를 매번 제사상에 올리는데 하늘이 감복해 돌아온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국방부는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핸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 관심과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고 있지만 거동 불편, 생계 등의 이유로 방문이 어려울 경우 언제든 연락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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