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의원 “정부가 국가행사에 후원 요청 및 강요 문제...관련 수사 필요”
해당 은행 “기존 진행해 오던 우리 히어로 활동 일환으로 이해할 부분” 해명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단상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며 장병들을 향해 박수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단상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며 장병들을 향해 박수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국방부가 제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를 위해 총 101.9억원(편성 79.8억원, 추가 22.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외기관, 단체, 기업을 통한 기탁과 후원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들과 금융권에 후원을 요청하고, 특정 금융기관은 로비용으로 후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국방부는 총 101.9억원의 행사예산 이외에도, 군인공제회로부터 2000만원, 국민은행으로부터 1000만원을 기부받는 등 올해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대한 기부명목으로 22일까지 총 3500만원의 후원을 모금했다.

또한, 9개 기업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후원 물품도 전달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난 7월 우리은행과는 총 5억원 규모의 기부협약을 맺고 8월 30일 장병들을 위한 의류 및 화장품 전달받았다.

국방부는 이러한 기탁과 후원이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항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이지만 김성주 의원은 한 해에 수십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국방부가 국군의 날 행사를 명목으로 각종 기업들에게 수억원의 기부와 후원을 받고 이를 예산 외로 집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부금이나 후원 물품 대부분은 행사에 동원된 장병들에 대한 지원내용이라는 점에서 예산을 통해 충당하는 게 옳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업으로부터 수년간 관행적으로 받은 후원금과 기부물품이 자발적으로 기탁되어 온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승인이 됐는지, 사용이나 남은 현물처리 등에 대한 집행‧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자료제공=김성주 의원실]<br>
[자료제공=김성주 의원실]

김 의원은 일부 금융기관의 물품 후원은 향후 국방부의 사업권 확보를 위한 로비 목적으로도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탁과 후원명단에 있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내년에 있을 국방부의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을 두고 경쟁하는 금융기관이다. 김 의원은 우리은행 내부에서 ‘5억원에 이르는 물품 후원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해당 사업권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던 만큼, 부적절한 물품 후원이 이뤄진 것이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국방부가 기탁과 후원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에 후원금과 물품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나섰다. 실제로 국방부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 소속 인사들이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하고, 이후 대한상의가 CJ와 SPC 등 기업들에게 행사를 위한 기부와 후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대한상의에서 정부 측 분위기를 전달했다며 실제로 물품 후원을 검토했으나, 의원실의 사실확인이 시작되자 물품후원에 대한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국방부의 요청 없이 일부 직원이 자의적으로 물품후원을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대한상의를 통해 물품 후원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청탁금지법 위반(제8조 1항) 및 직권남용 등 위법한 직무 수행에 해당하며, 대한상의가 국방부의 요청도 없이 기업에게 물품후원을 요청했다면 부당한 강요일 뿐 아니라 사기에 해당될 수 있다며 관련된 수사가 필요하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는 전적으로 국방부가 집행해야 할 정부 예산 사업이라는 점에서 대외기관, 단체, 기업을 통한 기탁과 후원까지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부나 후원을 못 받으면 고생한 장병들에게 선크림이나 빵 사줄 돈도 없다는 것인가”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잼버리부터 부산 엑스포 유치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대규모 국가행사에 대해 기업들과 금융권에 후원을 요청하거나 강요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은행은 기존에 진행해 오던 군과 경찰 등에 대한 지원 행보의 일환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그룹은 군, 소방, 경찰 등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우리 히어로’ 등의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영웅들이 예우받는 따뜻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건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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