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구제율 올해 5.5%에 불과…“절망주는 기관 돼”
1건 심사당 3.8분 소요…올해 현장 조사 단 7번
위원회 “조직 진단을 통해 지적사항 해결할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재해자가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 찾는 특별행정심판기관인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이하 재심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치계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산재재심사위원회에 대해 대대적인 조직 진단에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를 열고 재심사위원회에 대해서 심문했다.

이날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재심사위원회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서 산재 불승인에 대응해 노동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서 있는 특별행정기관 아니냐”며 “그런데 아픈 근로자들한테는 오히려 도움보다는 절망을 주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심사위원회의 구제율은 올해 5.5%로 채 10%가 안 된다”며 “즉 100건을 넣으면 5건 정도만 구제해 주는 기관”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 8월 말 기준 재심사위원회 결정 건수는 4444건 중 초심 취소된 사건은 5.5%(37건)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0년 9.29%였던 취소율이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 의원은 “공단 심사에서 전심을 미경유한 패소율이 12.3%인데, 공단의 심사·재심사까지 거치고 난 후 재심사위원회가 나선 행정 소송에서 패소율은 14.5%다”며 “소송 전문 기관인데도 오히려 공단보다 패소율이 높은데, 이것이 바로 심사가 엉터리로 진행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재심사위원회가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은 지난해 기준 3.8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현장조사는 단 7번 시행됐다.

근로복지공단보다 높은 산재 재심사위원회 행정소송 패소율 자료. ⓒ투데이신문
근로복지공단보다 높은 산재 재심사위원회 행정소송 패소율 자료. ⓒ투데이신문

우 의원은 “심사에 참석한 근로자 등이 약 3~4분 정도 진술을 하면 제재를 당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해 울고 가는 사람이 태반이다”며 “100회를 하는데 1건 당 3~4분의 시간만 사용하니 제대로 된 조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조사는 지난 2018년에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7~8건이 전부였다”며 “그 반면 근로자들의 민원 청구는 매년 증가세로, 지난해 2021년 기준 79건이던 민원은 지난해 약 2배 늘어난 148건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의 사유로는 위원들의 자질 부족이 지목됐다. 재심사위원회의 전체 위원 90명 가운데 72%(63명)는 의료계 인사다. 법조계와 노동계는 각 19%(17명), 3%(3명)에 불과하다. 희귀암 등 첨단산업 관련 질병은 의학적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에도 의료계 위원이 중심이 돼 판단을 내리게 되면 재해자 구제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 재심사위원회 조홍남 위원장이 산업안전 분야에 근무한 경력이 없다는 점과 내부운영 부실도 원인으로 꼽혔다. 조 위원장의 직전 직책은 국무조정실 시도자치지원단 부단장이다. 

우 의원은 “비전문가가 운영하고 있으니 재심사위원회가 제 기능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소속 심사관 수가 38명인데, 연 3회 시행되는 자체 포상받는 사람은 3차까지 추계할 경우 45명이다”고 짚었다.

이어 “심지어 고용노동부 및 공단 출신 퇴직관료 등 10명에게 지난해 예산 9억 중 1억원의 돈을 줬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재심사위원회를 향해 △부실한 역학조사 △현장조사 부재 △의학적으로 기울어진 위원 구성 △부실한 심의 과정 등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우수심사관 자체 포상 현황 및 재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위촉 현황.ⓒ투데이신문
우수심사관 자체 포상 현황 및 재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위촉 현황.ⓒ투데이신문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지난 2018년 산재보험의 기준과 범위가 완화되면서 처리 건수가 2배 가까이 폭증했다”며 “그러다 보니, 지난 3년간 법정처리기한을 준수하기 못하고 처리가 계속 밀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문제점을 파악해 지난해 예산을 반영해 단기 심사지원관 14명을 투입해 밀렸던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재심사위원회는 청구 사건을 요양, 장애, 유족 등으로 분류해 진행하는데 대개 행정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건은 요양이, 재심을 거치지 않는 사건에는 장애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모수가 달라 패소율에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심사 시간이 적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뇌심혈관 등 같은 경우는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데만 2~30분이 소요되는 반면, 원 처분 기관에서 이미 인정을 해 신청 상병의 유무만 영상으로 확인하는 간단한 사건도 있다”며 “각 사건마다 소요시간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소속 위원의 인원과 포상 관련 지적에 대해서도 조 위원장은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직원들이 인력 부족으로 힘들어했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사항을 지적받아 한시적으로 위원 수가 늘어난 것”이라며 “자체 포상의 목적은 동기부여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위원장은 “많은 노동자들을 구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매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조직 진단을 통해 앞으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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