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을 슬픔으로 가득 채웠던 바로 그날, 10월 29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핼러윈 축제’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 이날, 이태원에는 159명이 사망하고 많은 이들이 다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물론 전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태원 참사’ 1주기가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핼러윈 축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축제 날 이태원을 방문해도 상관없고, 오히려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추모 1주기에 축제를 즐기러 간다는 것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크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핼러윈 때 이태원에 가는 건 개념 없다”, “애도의 마음으로 가봐야 한다” 등 상반된 의견이 오고 가고 있는 상태다.

유통·테마파크·공연업계 등에서도 핼러윈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매년 핼러윈을 앞두고 거리를 가득 채웠던 핼러윈 행사, 상품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핼러윈 계획을 짜고 약속을 잡던 국민들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참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만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회 안전의 중요성을 기억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태원에서도 지난해까지 핼러윈 보름 전부터 진행됐던 ‘지구촌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축제를 주관했던 용산구에 따르면 올해도 구는 축제 계획을 세우고 각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통과되지 않아 무산됐다고 한다. ‘핼로윈 축제’라는 하나의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모양새다.

하지만 참사 이후 위축된 분위기와 달리 지난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유족들과 참사 전후를 오롯이 체감한 인근 상인들은 추모와 상생을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이 예전처럼 이태원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태원유가족협의회는 오는 29일까지를 집중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매일 저녁 추모제 진행한다. 1주기 당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연다. 협의회는 “핼러윈은 참사의 원인도, 본질도 아니며 축제에 나선 사람들은 죄가 없다”며 “축제는 삶의 한 부분이고 이를 부정하는 건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근 상인들 또한 추모와 핼러윈 문화는 공존해야 하고, 이로 그간의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한다며 이태원에 방문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 등은 핼러윈 기간 인파 관리 대책을 수립하며 위기 대응에 나섰다. 용산구청은 핼러윈 기간(10월 27일~11월 1일) 세계음식거리 등 일대를 중점 관리 구역으로 지정한 뒤 합동 현장상황실을 운영한다.

행정안전부는 풍선효과에 대비해 오는 26일부터 서울 이태원뿐 아니라 홍대·명동 거리, 대구 동성로 등 사람이 많이 밀집될 것으로 추정되는 4개 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을 실시한다.

또,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현장에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될 예정이다. 그 길은 추모 메시지로 채워져 159명의 소중한 삶을 기억하고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을 되새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국민은 모두 기억과 안전의 길 앞에 서 있다. 이번 핼로윈 축제를 보내는 방식은 각각 다르지만 추모하는 마음만은 같다. 모두 아름다운 청춘의 삶이 저문 것에 모두가 아파했고, 앞으로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핼로윈 축제’와 ‘이태원 방문’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추모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 아닌 꾸준히 그들을 기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시민사회가 그리고 우리가 서로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추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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