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낙동강 하류 세력 뒷전으로 물러나야
김용판·류성걸,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하고
수도권 예비 출마자들도 부글부글 끓어올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낙동강 세력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한다면서 영남 중진의 수도권 출마를 꺼내 들자 국민의힘 내부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진원지가 영남보다는 오히려 수도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이 수도권에서 준비를 해오던 사람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직표를 다져오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 의원들의 반발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발언은 국민의힘 내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에 대해서는 영남 중진들이 분노를 하고 있다.

지난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구 달서병의 김용판 의원은 영남을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을 했다면서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김 의원은 요즘 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이어 인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세력 뒷전 발언’이 요동치게 만들었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의 발언은 해당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 위원장의 발언은 TK 유권자들의 지지를 약하게 만들어서 결국 나중에 총선에서 나쁜 결과를 만든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에서 대구 동구갑 류성걸 의원도 김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 위원장이 험지 출마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험지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험지냐 아니냐는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혁신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영남당’ 혹은 ‘호남당’ 등으로 분류하게 되면 그것이 결국 유권자들에게 각인이 되면서 이미지가 고착화되기 때문에 영남당이라는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3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화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취재진에게 참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3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화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취재진에게 참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수도권에서도

이는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수도권에 역량 있으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영남 중진을 배치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영남에서 똬리를 틀던 중진을 수도권에 앉힌다고 해서 수도권에 신선한 바람이 불면서 그에 따라 총선 승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즉, 영남 중진의 수도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콜로라도 주의원을 워싱턴 D.C.에 앉히면 선거가 되겠냐고 비꼬았고,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양념 같은 수준의 이야기라면서 평가절하했다.

이 전 대표는 화난 유권자가 주호영·김기현 두 의원의 수도권 출마로 마음이 풀리겠냐고 따졌다. 즉, 영남 중진의 수도권 출마를 꺼내기 전에 그들이 과연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영남당으로 이미지가 굳게 만든 사람이 영남을 벗어나 수도권에 출마하게 된다면 국민의힘은 더욱 영남당 이미지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즉, 국민의힘이 영남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참신한 인물을 대거 배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수도권 예비출마자들의 반응

여기에 수도권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사람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영남 중진들이 대거 수도권에 출마하게 된다면 자신이 다져놓은 조직표가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예비 출마자는 “영남 중진이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우리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 단지 그들이 영남 중진이었다는 이유로 수도권에서 대접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수도권 예비 출마자들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지역구를 빼앗기게 되기 때문에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는 영남 물갈이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남 중진을 수도권에 차출하는 방식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평가해서 평가 점수가 낮은 의원들을 퇴출시키는 방법을 구사하는 것이 국민의힘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평가 점수가 낮은 중진들을 수도권에 내보낸다고 해서 수도권 유권자들이 감동을 받아서 투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을 두고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의중은 강하다. 그리고 그 의중이 어떤 식으로 실현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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