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소유 1027대...15% 육박
“꼼수 배당잔치에 자산 빼돌리기”
수백억 증발...‘페이퍼컴퍼니’까지
임규호 시의원, “혈세낭비 막아야”

임규호 서울시의원.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임규호 서울시의원. [사진제공=서울시의회]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 시내버스 회사를 사들이는 사모펀드 위세가 거침없다. 지난 8월 이후 서울지역 시내버스 운영사 65곳 중 사모펀드 손에 넘어간 회사는 6개사에서 7개사로 한 곳 더 늘었다.

사모펀드는 비공개 형태로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제약 없이 투자해 짧은 기간 안에 고수익·고배당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버스준공영제 사모펀드 먹튀’ 비판(본보 2023년 8월 30일 기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가운데, 지난 2019년 말부터 4년여 동안 이들이 사들인 서울 시내버스는 7382대 중 1027대로 전체의 15%에 육박한다.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 받는 버스준공영제 회사만 사들여 배당금 잔치를 벌이는 사모펀드들이 서울 시내버스를 잠식하며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논란 속에 “서울시가 혈세 낭비를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임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2)은 6일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사모펀드에 인수된 버스회사의 회계감사 횡포를 지적하며 ‘서울시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임 의원은 사모펀드들이 버스 시장에 눈독을 들인 이유와 관련해 “많게는 한 해 8000억원의 서울시 예산이 지원되고 안정적인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특히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자가 타이어·정유·보험·금융업계 등 버스운송과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된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2021년 말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도원교통은 이듬해 갑자기 300억짜리 유상증자를 통해 급히 자금을 마련하고 선일교통을 인수했다”며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를 할 땐 의결권이 필요한 보통주를 발행하기 마련인데, 이 경우는 배당률이 10%가 넘는 우선주를 발행했다. 소수 투자자들에게 고배당을 주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 도원교통과 선일교통을 인수한 차파트너스가 서울시내 8개 노선버스 200대를 운영하는 동아운수를 두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복잡한 흡수합병 과정을 통해 회계상 370억에 달하는 돈이 사라졌다고도 했다.

실제 동아운수 지분구조는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강북모빌리티가 북한산모빌리티 주주가 되고, 이듬해 동아운수 주주였던 북한산모빌리티가 없어지고 강북모빌리티가 100% 지분을 갖는 구조로 흡수합병 됐다.

임 의원은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바로 배당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 190억원과 기타포괄이익금 161억원 등 총 371억원 가량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정황상 동아운수 자금을 사모펀드가 배당한 게 아닌지 의혹이 가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임 의원은 동아운수가 작년 회계감사 때부터 완화된 기준을 갑작스럽게 변경하며 50억 수준의 영업권 상각비를 당기순이익으로 처리해 배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 신길교통과 선진운수 등의 회계 문제를 지적하며 공익성 강화 목적 취지로 도입된 버스준공영제가 소수 투자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설립된 신길교통은 이듬해 회계감사보고서에서 ‘한정의견’을 받았다. 보고서는 자산, 재고, 현금 등을 못 보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길교통은 자본잉여금 275억 중 대부분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했다. 자본잉여금은 배당이 불가능하지만 이익잉여금은 즉시 사모펀드 투자자들한테 배당이 가능하고, 15.4%의 소득세도 면제된다.

그리니치 사모펀드가 잠식한 선진운수는 지난해 80억 원대 고양시 성사동 차고지 용도 땅을 당시의 선진운수 대표에게 팔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했다. 더불어 고양시 용두동 차고지 925평은 도시전체가 재개발지역으로 확정돼 수용될 경우, 상당한 액수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 의원은 “내년 7월이면 버스준공영제가 20년이 된다”며 “한 해 8천억씩 지원되는 시내버스 재정지원에 서울시는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시민의 혈세 낭비를 막아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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