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소재 알 수 없어…범죄 우려↑
현장 직원 2명, 신고 늦었다는 지적도
반복되는 ‘치료 도주’…지난해도 발생
법무부 “검거 우선…이후 대책 마련할 것”

도주 수용자 김길수 수배전단.[사진제공=법무부]
도주 수용자 김길수 수배전단.[사진제공=법무부]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특수강도 혐의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가 병원 치료 도중 도주한 김길수(36)의 검거가 늦춰지는 가운데 치료 수감자에 대한 교정당국의 대응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무부,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월 11일 은행보다 싸게 환전해 주겠다는 내용의 SNS 광고 글을 보고 찾아온 30대 남성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약 7억40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유치장에 수감된 김씨는 경찰서 식사를 하던 중 플라스틱 소재의 숟가락 손잡이 부분 5㎝가량을 삼켰다. 이로 인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채 지난 4일 오전 6시 20분경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진료받던 도중 자신을 감시하던 교정당국 관계자들에게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요청했고, 이에 수갑 등 보호장비를 잠시 풀렸다.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김씨는 옷을 갈아입은 뒤 택시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김씨의 도주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교정당국 관계자들은 건물 안팎을 수색하는 등 자체적으로 김씨를 찾다가, 사건 발생 1시간여만인 오전 7시 20분경 112에 신고했다. 다만 교정당국 관계자들이 김씨가 도망갔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김씨의 동선을 분석했다. 그 결과 김씨는 성심병원 부근에서 오전 6시 53분 택시에 탑승해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으로 이동, 오전 7시 47분 하차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해당 사실을 파악한 시점은 오전 8시 50분경으로, 김씨가 택시에서 내린 지 무려 1시간가량이 지난 후였다.

의정부역 인근에서 하차한 김씨는 지인인 여성 A씨의 도움으로 택시비를 해결했고, 이어 양주시로 이동해 친동생 B씨를 만나 현금을 제공받았다.

김씨는 경기 북부지역에 위치한 식당, 미용실 등을 방문하는 등 돌아다니다가 서울로 들어섰다. 그는 노원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오후 6시 30분 뚝섬유원지역으로, 오후 9시 40분에는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서 목격된 뒤 자취를 감췄다.

도주 당시 김씨는 검은색 계열의 상·하의를 입고 있었으나, 이동 과정에서 베이지색 계열의 상·하의로 갈아입었다. 마지막으로 포착됐을 때에는 다시 검은색 점퍼로 갈아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한동훈 장관이 지난 9월 2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숙련기능인력 3만 5000명 혁신적 확대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법무부 한동훈 장관이 지난 9월 2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숙련기능인력 3만 5000명 혁신적 확대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복되는 ‘치료 도주’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정당국의 감시 체계가 미흡한 것은 물론 사건 발생 후 신고 등 대처가 빨랐다면 추적 시간을 줄여 조기 검거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김씨가 지난 2011년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강력범죄 전과가 상당한 데다 키 175㎝, 몸무게 83㎏의 건장한 체격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김길수 사례와 같이 수감자가 각종 치료로 방문한 병원에서 도주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부산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30대가 치료를 위해 찾은 부산 내 대학병원에서 도주했고, 2015년 8월에는 화학적 거세가 결정됐던 연쇄 성폭행범 김선용이 대전 소재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화장실을 가겠다며 잠시 보호장비를 풀어준 사이 도망쳤다.

김선용은 도주 이후에 또다시 성폭행을 자행했고, 본인이 스스로 자수한 뒤에야 검거됐다. 당시에도 교정당국은 뒤늦은 112 신고로 인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2018년 8월 사기와 상해 혐의로 구속됐던 수감자가 진료 중인 병원에서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고, 지난해 5월에도 안과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병원에 입원했던 수감자가 도주했다가 붙잡히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길수 역시 과거 사례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도주를 감행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정당국은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호장비 해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더불어 김씨에 대한 현상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고, 현재까지 파악된 김씨의 동선과 지인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수사망을 좁혀나가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사흘째 검거되지 못해 2차 범죄 발생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교정당국은 구치소 재소자 관리 및 감시 소홀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법무부 측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현재 교정당국, 경찰 등은 김길수를 검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김길수 검거가 먼저 이뤄진 다음에 현장 관계자 징계 여부, 추후 보완 대책에 대한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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