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와 언론의 범죄보도’ 토론회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지지하는 국민 96.3%
‘범죄자 동의없이도 최근 사진 공개’ 원하기도
전문가 “일관성 있는 보도 기준 마련해야 한다”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와 언론의 범죄보도’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와 언론의 범죄보도’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최근 서울 신림역, 서현역 등에서 발생한 흉악범죄 이후 피의자의 신상과 머그샷이 잇따라 공개된 가운데 언론이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오후 언론중재위원회(위원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와 언론의 범죄보도’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광현 입법조사관은 “피의자는 무죄추정원칙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정보는 그 특성상 한번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게 되면 엎질러진 물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전문가의 신중한 검토를 거친 경우에만 국민들에게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광현 입법조사관 겸 변호사가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의 국내외 현황과 입법례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회입법조사처 김광현 입법조사관 겸 변호사가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의 국내외 현황과 입법례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특정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 방지안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조사관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서 끝나기보다는 피해 예방책 또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흉악범죄 피의자들의 경우 구속 가능성이 높고, 구속은 추가 범죄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에 (피해 예방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에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가 계속해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해외 사례도 함께 짚었다. 김 조사관은 “미국의 신문사들은 웹사이트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머그샷을 게시하기 시작했다”며 “몇몇 머그샷 전문 웹사이트들은 머그샷을 게재한 뒤 이를 지우고자 하면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인식과 판단은 변화하고 있다는 게 김 조사관의 설명이다.

그는 “머그샷 보도와 관련해 연방 제10·11항소법원은 피의자의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위해 머그샷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는 언론중재위원회 이석형 위원장 ⓒ투데이신문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는 언론중재위원회 이석형 위원장 ⓒ투데이신문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와 호기심을 구분하고, 적절한 보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김창숙 강사는 “언론은 여론에 편승되기보다 적절한 보도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공개 제도에 대해 다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신상공개에 찬성·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지난 7월 19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정책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96.3%가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지를 골랐다.

이중 95.5%는 범죄자의 동의와 상관없이 최근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토론회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법무법인 정진 장수민 변호사 ⓒ투데이신문
토론회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법무법인 정진 장수민 변호사 ⓒ투데이신문

김 강사는 “이런 여론에 따라 최근 언론들도 신상공개에 적극적”이라며 “JTBC 등 일부 언론은 경찰 결정에 앞서 단독으로 피의자의 신상이나 실명을 공개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가 경찰의 결정 이후에 이루어지는 경우와는 달리 언론이 앞서 보도하는 ‘선공개’에 대해서는 유의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4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을 보도하던 JTBC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직 경찰이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저희 뉴스룸은 국민의 알 권리, 또 범죄예방 효과를 고려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피의자 최원종(22)의 신상을 공개했다.

8월 7일 경기남부경찰청이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2에 따라 신상공개를 결정한 것보다 사흘 앞선 발표였다.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투데이신문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투데이신문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는 “JTBC의 보도는 기존 제도를 뛰어넘는 행위였으나 그에 대한 면밀한 검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언론이 벤치마킹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기자는 “며칠 앞서 보도한 것이 신상공개와 시너지를 일으켜 범죄예방 효과에 이바지했는지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명공개가 JTBC의 주목도를 높여줄 수 있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김 강사도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거나 사용자 확보를 위해 선공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개 기준이 불명확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관련 규정 정비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