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겹치기 노출 피로상황 여전...비상경영체제 선방 와중 복귀로 혼선 가능성도
대주주와의 거래 유지 드러나는 등 석연찮은 쟁점만 공급...주가는 오너 보석 외려 하락

왼쪽부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식 고문, 조양래 명예회장, 조현범 회장. [사진출처=뉴시스]<br>
왼쪽부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식 고문, 조양래 명예회장, 조현범 회장.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미래 투자와 신성장동력 확보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구속기소됐던 조현범 회장이 전날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업계 맏형’ 한국타이어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아 재판 중에 있다.

그가 풀려나오면서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를 둘러싼 경영 관련 판단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라는 점, 아울러 200억원 횡령 등 이슈 외에도 그가 넘어야 할 문제가 존재하면서 오히려 오너 일가가 경영에 부담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두 번째 구속....지난 번 횡령보다 치열한 공방전 불가피

현재 조 회장은 계열사 MKT로부터 약 875억원 가량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부당 지원 문제다. 이렇게 되면 한국타이어는 약 131억원의 손해를 보게 되고, 반대로 계열사는 몰아준 만큼의 이익을 보게 된다. 계열사 지분 등을 종합할 때 이는 다시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 조 회장은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 악화를 인식하고도 자금을 빌려주도록 하는 등 75억5000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배임·횡령 이슈 외에도, 우암건설에 공사를 발주해 주고 금전적 이익을 취한 혐의도 추가 기소되는 등 검찰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공격적인 만큼 조 회장 측도 적극 방어 중이다. 

MKT 측 몰드 판매 단가를 인상해 한국타이어 측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고품질·고인치 타이어 수요가 늘어나는 자동차 산업 추세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항변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계열사 리한이 채무능력을 상실한 상태가 아니므로 이와 관련한 대여를 손실로 볼지도 의문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법인카드 및 자동차·가구 등 사적 사용 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법인카드 사용 시기와 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법리 논쟁과 함께, 차량 사적 이용 역시 타이어 테스트를 위해 차량을 구입, 사용한 것이라 전적으로 사익 추구는 아니라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방어도 펼치고 있다.

조 회장 측은 앞서 2019년에도 횡령 등 혐의로 구속, 재판에 회부된 바 있어 이 같은 정면 충돌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반성을 이유로 선처를 받기는 어렵다는 것. 

당시 조 회장은 납품거래 유지 등을 대가로 거래처에서 6억원을 받는가 하면, 가공경비·인건비를 부풀려 계열사 자금 약 2억6000만원을 차명계좌로 챙기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조 회장은 이때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재판부의 선처를 요청했다. 그 결과 조 회장은 2020년 집행유예의 형을 받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더 커진 횡령 등 규모 논란에 검찰과 공방전을 불사한다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여론이 악화될 여지가 크다는 데 있다. 쟁점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한 만큼 법원도 관계자들의 단속을 지속적으로 하는 등 공정한 재판 진행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보석을 허용하면서도 재판 관련 참고인 및 사건 관련자들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조건을 붙인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보석 조건에도 경영상 주요 결정 가능성 커진 건 장점

한편 보석 조건 중에 ‘재판 관련 참고인 및 사건 관련자들과 통화, 문자, SNS 등으로 연락하거나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접촉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긴 하나, 이를 두고 경영 관련 주요 결정에 조 회장이 복귀하는 데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조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오는 상황, 즉 불구속 상태가 되는 것이 한국타이어 경영에 도움이 되려면 현재 비상경영 체제를 이끄는 한국타이어 이수일 사장과의 소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재판 관련 참고인 및 사건 관련자들에 이 사장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시각에서는 이 같은 개선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하지만 이 사장은 횡령 등 건 수사에서 결국 개입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보석 조건에 따라 접촉이 원천 차단되는 범위는 아니지 않냐는 반대 의견이 대두된다. 

또한 보석 조건에 이 사장이 저촉된다 손치더라도 회사 업무상 불가피한 경우 법원 허가를 받는 등 방법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따라서 조 회장이 수감돼 있는 것보다는 원만한 소통이 확연히 쉬워질 것인 만큼, 경영 복귀는 사실상 이뤄진다고 보는 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즉 조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전환되면서 한국타이어는 각종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경영 체제에서는 완전히 해결이 어렵고, 조 회장의 결정이 필수적인 사안을 하나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대전공장의 재건 여부처럼 큰 지출이 필요한 경우가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전공장 화재 직후 조 회장이 구속기소됐고, 그 결과 레이싱타이어 등 대전공장에서만 생산되던 일부 제품의 생산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쟁사에 영역을 뺏기기도 했다. 

더 근원적으로는 신성장동력 확보 등 미래 투자도 조 회장이 일단 자유로워지면서 긍정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진 부분으로 꼽다. 

한국타이어는 조 회장 보석 직전인 이달 초, 올해 자본적지출(CAPEX) 예상 집행금액을 반으로 감액, 테네시 공장 증설 및 국내 공장 투자 등이 모두 이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산 바 있다. 이 같은 투자 미루기 상황이 다행히 이제 해소의 전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대전 공장 화재 이후 복구 등 대형 지출이 필요한 각종 경영 판단에서 조현범 회장 부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에 조 회장이 보석을 받으면서 한국타이어의 투자 등 신성장 도모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출처=소방청]
대전 공장 화재 이후 복구 등 대형 지출이 필요한 각종 경영 판단에서 조현범 회장 부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에 조 회장이 보석을 받으면서 한국타이어의 투자 등 신성장 도모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출처=소방청]

오너 일가 존재에 염증...거액의 내부거래에 치매 이슈 등 악재 공급만?

그럼에도 주가 등은 조 회장의 보석이라는 호재에 다소 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7일 4만5600원이던 한국타이어 종가는 28일 4만5850원으로 마감했지만, 29일에는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하고 4만4900원(-2.07%)으로 밀려 마감하는 등 종일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타이어는소액주주 비중이 48%에 달하는데, 이들이 오너 일가의 경영 복귀 이슈를 좋은 소식만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비상경영 시스템 하에서도 한국타이어는 실적을 선방한 바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3401억원, 영업이익이 396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106.0% 증가한 셈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몇년새 ‘특수관계자 개인’과 거약의 매입, 매출 거래를 진행해 왔다.

한국타이어는 2021년, 개인주주와 2억7000만원대 매입거래와 7000만원대 매출거래를 한 것으로 재무제표에 기재했다. 지난해엔 약 2억6000만원 규모의 매입거래와 5000만원이 넘는 매출거래를 개인주주와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주주는 특수관계자 즉 대주주 등 회사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조 회장이나 그의 맏형인 한국타이어 조현식 고문 등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최근에는 조 회장이나 조 고문 모두 경영 일선을 떠나 있었다는 데 있다.

거래 내역 역시 기타로 기재되고 ‘수입기술료, 수입수수료, 대여금에 대한 이자수익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게 한국타이어 측 설명이다. 포괄적인 거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다는 것이 한국타이어 측 입장.

결국 석연찮은 거래나 경영권 분쟁 등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평가에서 오너 일가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고문 및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조희경 이사장 대 조 회장 사이의 경영권 갈등은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치매 등 건강 문제를 파헤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조 고문과 조 이사장 등은 동생에게 경영권을 뺏긴 과정이 석연찮다고 본다. 즉 2020년 6월 부친인 조 명예회장이 한국타이어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를 차남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블록딜로 넘긴 게 원천적으로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렇게 블록딜로 매각한 것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졌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며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청구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 항고심에 접어들면서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의 정신감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감정결과 회신을 요구하는 촉구서를 최근 법원에 제출하기도 헸다. 조 회장 측에 행여 불리한 감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체없이 이를 법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묘수를 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결국 조 회장은 이번 횡령 문제에서 보석 카드를 얻어내긴 했으나, 아버지에게서 경영권을 넘겨받은 상황이 원천 부정될 가능성 등 다른 문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사법 리스크 지속 구도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