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장기간 감염병 전담으로 경영 상태 악화”
‘병상이용률 약 40% 감소·적자 3200억원’ 호소
“중앙정부가 국비로 꾸준히 지원해야” 주장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현장 대표자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현장 대표자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위기에 빠진 감염병 전담병원을 구하기 위해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들이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환자 진료로 인해 일반 환자가 감소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부터 나순자 위원장 등 지도부와 공공병원 대표자 28명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농성에는 서울시북부병원·경기도의료원·부산의료원 등 전국의 공공병원 지부장들이 참여다.

노조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우리 사회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했던 공공병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간 감염병 전담병원이라는 비정상적인 운영의 결과, 의료기관의 진료기능이 상당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이 공공병원을 떠나고, 필수진료과가 문을 닫았다”며 “경영은 악화되고 적자는 누적돼 약제비 대금을 미뤄가며 버티고 있으며, 현금보유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공공병원이 속출하고, 임금체불이 불가피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80% 수준을 유지하던 병상 이용률은 40% 안팎까지 감소한 것은 물론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면서 3200억원의 적자를 떠안게 됐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에 대한 내년 정부예산안은 0원인 실정이다. 이어 더해 전문가들이 공공병원의 기능 회복에 4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음에도 정부의 회복기 지원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0월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는 정부가 오는 2024년도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에 지난해 9530억7900만원 대비 98.7% 적은 126억1000만원을 편성했다.

의료기관 등 손실보상 예산은 지난해 6935억3200만원과 비교해 98.2% 감소한 126억1000만원에 그쳤다.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예비심사 과정에서 2695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는데 노조는 이를 정부와 국회가 예산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현장 대표자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현장 대표자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조는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라는 명령에 따라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했고, 국민들의 생명을 훌륭하게 지켰는데, 이가 끝나자 ‘나 몰라라’다”며 “덕분에, 영웅이라더니 토사구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살리기 위한 회복기 지원대책은 필수의료·공공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기본조건”이라며 “가장 상징적이고 가장 중요한 예산”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들은 정부에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 확보 △공공의료 강화 예산 편성 △의사증원 정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앞으로 노조는 집단 단식농성에 이어 오는 6일 국회에서 500여명의 현장 간부들이 참여한 공공의료 확충과 회복기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3차 결의대회를, 오는 13일 국회의원·공공병원 노사 대표·시민단체가 함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일반 환자를 내보내거나 이미지 저하 등 문제를 감수한 공공병원에게 현재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방비를 넘어 중앙정부에서 국비로 일정한 금액을 공공병원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문제가 해결이 돼야 나중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 이번 회복기 예산 지원을 시작으로 필수·공공·지역의료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