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국 의대 희망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의협 등 의료단체 반발 나서…“총파업 불사할 것”
집단행동 시작하기도…2020년 의료대란 재현되나

서울 서초구 소재 모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서초구 소재 모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국 의과대학이 오는 2030년 최대 3953명 정원 확대를 촉구한 가운데, 이에 지속 반발해 오던 의료계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대로 의사단체 등의 총파업이 진행된다면 지난 2020년 파업에 따른 의료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전날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희망 증원 규모 수요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전국 의대가 바라는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 나아가 각 대학은 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추가 증원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관련 전문가와 복지부·교육부 관계자가 수요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있다. 그중 전문가를 중심으로 대학별 수요조사 제출서류를 검토 중이며, 향후 현장점검팀을 꾸려 서면 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방침이다.

의학교육점검반에서는 수요조사 결과에 대해 서면·현장점검 등을 통해 검토하며, 이어 복지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의 검토 결과를 반영하고 지역 인프라와 대학의 수용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총 입학정원을 최종 결정한다.

다만 복지부는 의대 증원 규모 확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브리핑 답변(다음 달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 시에 의대정원 확대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예시를 든 것으로 의대정원 확정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가운데)등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가운데)등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복지부의 발표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며 강경 투쟁을 의사를 내비쳤다. 이들은 정부가 의료계를 배제한 채 의대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필수·지역 의료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 당사자들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정부의 이번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로 규정한다”며 “비과학적 조사결과를 의대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졸속으로 진행된 수요조사는 입시수혜를 바라는 대학 총장들과 이를 반대하는 의대 학장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했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숫자 발표로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소속된 14만 의사들과 함께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며 지난 2020년보다 더욱 강력한 의료계의 강경투쟁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같은 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협의회)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졸속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강력히 규탄했다.

협의회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뒤로 한채, 여러 이해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굴복해 비겁한 여론몰이를 시작한 정부를 크게 지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에 △의대정원 수요조사 즉각 중단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실효적 방안 우선 제시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적정보상·법적책임 완화 △의료전달체계 확립 △9·4 의정합의 준수 등을 요구했다.

이미 집단행동에 돌입한 단체도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22일 오후 4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반차 휴진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해당 휴진 차업에 100여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의료계는 오는 26일 긴급 대표자대회를 열고 총파업 돌입 여부 및 일정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해당 대회에는 의협을 포함해 전국 시도 의사회장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증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 총파업이 본격화한다면 지난 2020년 의료대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0년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등을 포함한 의료정책 개편 추진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행한 바 있다.

총파업 첫날이었던 지난 2020년 8월 26일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10.8%인 3549곳이 휴진하며 진료 등에 차질을 빚었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소재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최고 수준의 대응조치를 내리면서 날 선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지난 2020년 9월 정부와 의료계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안정화되면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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