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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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보건복지부가 트랜스젠더의 입원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차별에 대한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9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트랜스젠더의 입원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A씨의 진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약물 알레르기로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에 입원하려 했으나 주민등록상 남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병실로 안내를 받았다.

당시 A씨는 호르몬 요법을 쓰고 있었지만 성전환 수술과 법적 성별 정정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A씨는 입원을 포기했고 인권위에 불합리한 차별을 겪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의료기관이 입원 환자를 특정 기준(입원 시 법적 성별)에 따라 구분해 병실을 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법적 성별의 기준으로만 구분할 수 없거나, 출생 시 부여받은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인식하고 표현하는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러나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의2에서는 입원실은 남·여별로 구별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트랜스젠더는 의료 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다른 환자에 비해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며 “의료기관 이용과 관련해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보건복지부에 가이드라인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인권위에 “모든 트랜스젠더의 사정 등을 사전에 예측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난 1월 4일 법원의 성별정정 결정 여부, 환자가 느끼는 성귀속감, 성전환 수술 여부, 전환된 성으로서의 역할 수행 기대 등 다양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원실을 배정하도록 안내했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트랜스젠더의 입원실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를 일률적으로 권고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받은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보건당국이 트랜스젠더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차별에 대한 이해와 개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4일 대한병원협회에 트랜스젠더의 입원실 배정 시 고려하도록 안내한 내용의 대부분은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의 기준으로 고려할 사항을 판시한 것으로, 트랜스젠더 환자의 병원 입원에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았다.

이 같은 고려사항을 적용한다면 이미 성전환수술을 했거나 법원으로부터 성별정정 허가를 얻은 트랜스젠더 환자에게 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본 진정사건의 진정인과 같이 법적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환자는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보건복지부가 안내한 고려사항이 주관적, 포괄적이어서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일선 병원에서 트랜스젠더가 의료 서비스 이용 시 불이익을 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아울러 보건복지부가 대한병원협회에 안내한 공문에 따르면 법적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에게 1인실 이용을 권고하도록 했는데, 이때 추가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1인실 이용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한 고려가 없어 관련 세부지침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들이 의료 서비스 등을 포함한 제반 영역에서 불필요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6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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