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 토론회

용혜인 의원 주관…국회 최초 ‘노키즈존’ 토론
“조용히 해야 하면 금지 대신 규칙 만들어달라”
“오케이키즈존·웰컴키즈존 정당한 대안 아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주관한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 토론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주관한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 토론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아동 당사자들과 아동단체, 학계 전문가들이 국회에 모여 ‘노키즈존(No Kids Zone·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은 차별’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 국제아동인권센터, 세이브더칠드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토론회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를 열었다.

용 의원은 “노키즈존이 등장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국회에서 노키즈존을 다루는 토론회는 최초”라며 이번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국회의원이자 한 명의 양육자로 이 자리에 섰다는 용 의원은 “노키즈존에 대한 의견은 다를지라도, 아동과 양육자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4일, 생후 23개월 된 아들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용 의원은 “여섯 쪽의 기자회견문을 읽는 동안 아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회상하면서도 “언젠가 아이와 함께 하는 기자회견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용혜인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동친화사회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자료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4일 만 두 살을 앞둔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한 노키즈존 입장 발표 기자회견 사진. ⓒ투데이신문
용혜인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동친화사회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자료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4일 만 두 살을 앞둔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한 노키즈존 입장 발표 기자회견 사진. ⓒ투데이신문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키즈존이 모든 아동이 사업주나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 조정희 과장은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다른 이용자들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아동단체 관계자들은 아동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차별받지 않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양희 이사장은 “인권은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소개했다.

1960년 초에 선친을 따라 미국 망명 생활을 했다는 이 이사장은 “‘흑인과 개는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식당을 보고 어린 마음에 놀란 기억이 있다”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의 연령·성별·종교·인종·경제적 능력·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소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동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면 다름을 포용하고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책무”라고 강조했다. 

11일 토론회에서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양희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1일 토론회에서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양희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아동 당사자들이 노키즈존 입구에서 돌아선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개봉초등학교 4학년 이지예 활동가는 “어린이들은 아직 어른들보다 힘도 약하고 키도 작고 잘 모르는 것도 많은데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나가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커피를 못 마시는 어린이에 대한 고려 없이) 커피만 파는 곳도 실은 노키즈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앞에 노키즈존이라고 써놓기보다 ‘여기서는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규칙을 만들어달라고 제언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이정후 활동가도 “정숙이 필요한 ‘Be quiet(조용히)’ 구간과 소음이 있어도 괜찮은 ‘Shouting(외침)’ 구간을 따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첨언했다.

이 활동가는 “어린이들이 바라는 세상에 대해 어른들께 이야기하려 한다”며 “노키즈존 말고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행복한 해피 키즈존이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11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지예·이정후 활동가의 모습. ⓒ투데이신문
11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지예·이정후 활동가의 모습. ⓒ투데이신문

노키즈존의 대안으로 나온 ‘오케이키즈존·예스키즈존(Okay·Yes Kids Zone·노 키즈 존의 반대 격. 아이들이 입장해도 되는 공간)’의 한계도 지적됐다.

용 의원은 “어떤 이들은 어린이 전용 공간을 확대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아동을 특정한 공간에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교류하며 학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조덕상 변호사는 “아동이 차별 없이 사회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 인권이지만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던 용 의원은 아동이 환대받는 사회는 모두가 환대받는 사회라며 “느리고 서툴고 미숙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책상과 의자를 고려해 토론회 출입구 한 편에 참여 아동을 위한 키높이 방석, 발 받침대 등이 마련돼 있다. ⓒ투데이신문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책상과 의자를 고려해 토론회 출입구 한 편에 참여 아동을 위한 키높이 방석, 발 받침대 등이 마련돼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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