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지난 8월 경기도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지난 8월 경기도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판교를 중심으로 포진한 IT 및 게임 기업 노동조합들이 ‘공정 보상’을 기치로 연대를 선언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형국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내년도 임금 교섭을 ‘IT 임금 협약(임협) 연대’로 진행하겠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대에 참여하는 노동조합은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웹젠, 한글과컴퓨터 등 7개 지회이며, 총 32개 계열사와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한다. 임금 교섭은 각 노사 간 협의에 따라 12월부터 순차 진행되며, IT위원회는 모든 지회가 성공적으로 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연대할 예정이다.

이번 임협 연대의 목표에 대해 IT위원회는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정한 성과 배분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회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오롯이 소수 경영진의 판단에 의존해 왔지만, 실제 이용자와 제일 가까운 곳에서 일하며 니즈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실무자들의 의견이 배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IT 기업은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고, 인센티브 등의 추가 보상은 개인의 평가에 따라 정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성과 배분을 위한 재원 책정과 배분은 소수 경영진의 판단으로만 정해진다. 제대로 된 평가 체계 없이 경영진과 조직장 개인에 의존하다보니, 실무자들이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되고 동기 부여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IT위원회 측은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된 공정한 성과 배분이 이뤄질 때, 실제 이용자와 맞닿아 있는 실무자의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실무자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이용자들도 훨씬 편리하고 즐거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간 게임·IT업계는 노조 무풍지대로 알려졌지만, 판교를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의 노조 결성이 이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지난 1일 엔씨소프트지회는 회사 측과 사내 전환배치 시스템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골자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최근 회사 안팎에서 일어나는 잡음에 대해 독립기구 조사를 제안하고, 경영쇄신위원회에 직원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 ‘공정 보상’을 기치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등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오세윤 부위원장은 “각 회사의 성과 배분 시스템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아직 단일한 시스템을 만들긴 어렵겠지만, IT 임협 연대를 통해 각 노사 간 합의로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을 쌓아 보고자 한다”며 “포괄임금제 폐지, 업계 전체의 보상 확대 때와 같이 우리의 결정이 IT 산업에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책임감을 갖고 교섭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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