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br>
▲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2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736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스코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에서 배우 황정민이 맡은 ‘전두광’은 이름에 어떤 한자를 썼는지 차치하더라도 누구를 가리키는지 너무도 자명하다.

12‧12 군사반란으로 제5공화국을 연 전씨는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후 지난 2021년 11월 23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전씨를 뉘일 땅은 없다. 그는 퇴임 이후 내란 및 군사 반란죄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상실했다.

당초 유족 측은 휴전선 가까운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장지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이는 전씨가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적은 데 관계한다.

이에 파주지역 11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산리를 넘어 파주 그 어디에도 학살자 전두환을 편히 잠들게 할 곳은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경일 파주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정(파주 을) 의원은 차례로 “용납할 수 없다”, “무슨 자격으로 파주에 오냐”며 이를 갈았다.

토지 소유자 또한 언론 보도 등에 부담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전씨의 유해는 마땅한 선택의 여지없이 자택 임시 안치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전씨는 돈도 없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지난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그가 가진 전 재산은 29만1000원이라고 알려졌다. 이 말에 따르면 그는 동년의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빈곤 호소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난 2019년 11월 추징금과 고액의 세금을 언제 납부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씨는 골프채를 휘두르며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좀 해줘라.”

대법원이 요구한 2205억 중 현재까지 전씨로부터 추징한 금액은 1283억원이다. 922억원은 여전히 미납 상태다. 

이때 그의 손자 전우원씨가 올해 3월 혜성같이 등장해 연희동 자택 내부에 비밀 금고가 있었으며 주식회사 웨어벨리 등을 통해 비자금을 유통했다고 주장했다. 인사 차 자택을 오고 가는 이들에게는 금고 문이 열리고 닫혔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일가족의 부정과 본인의 마약 혐의로 그의 폭로는 무마됐다.

떠난 전씨는 말이 없다. 이후로 미납 추징금 액수는 변함이 없었다. 현행법상 사망한 전씨에게 더 이상의 추징을 하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전두환 추징 3법(추징법)’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추징법은 당사자가 숨져도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 2020년 발의됐으나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법안이 눈칫밥을 먹는 동안 자금이 어디로 흐르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부역자는 떠났지만 그의 부역자금은 한강물을 따라 서울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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