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대응책 첫 발표…예방·발굴·사후관리까지
학업 중단·취업 실패로 위기 놓인 청년도 지원
원스톱 창구·전담조직 설치 및 전담관리사 투입
전문가 “일반청년과 다른 기준으로 정책 수립해야”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청년 고립은둔 실태조사 관련해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청년 고립은둔 실태조사 관련해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고립·은둔을 택한 청년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이 다시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고립·은둔된 청년들에 대한 지원은 물론 학업 중단, 취업 실패 등으로 위기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예방부터 발굴,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대해 지원할 전망이다.

14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이런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방안은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인 19∼34세가 대상이지만, 정해진 연령대를 벗어나더라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대책이 추진돼 시행된 적은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같은 대책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 5월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및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약 54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치가 나온 것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7조원으로 추산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 7~8월 두 달간 전국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를 토대로 관계부처 간 집중 논의를 거친 뒤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본 방안의 4개 주요 과제는 △고립·은둔 조기 발굴체계 마련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시범사업 실시 △학령기·취업·직장초기 일상 속 안전망 강화 △지역사회 내 자원연계 및 법적근거 마련 등이다.

지원 방안에 따르면 먼저 고립·은둔 청년 대상 중앙차원의 상시 발굴체계가 구축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복지부 소관 공공 사이트에 자가진단시스템을 실시해 24시간 누구든지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간편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립·은둔 당사자들이 언제든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외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창구도 설치된다.

고립·은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도 전담기관 내 탈고립·은둔 전담인력을 배치해 자립준비와 병행 가능한 고립·은둔 예방 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한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년에 4개 지역 내 고립·은둔 청(소)년만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전담기관 ‘청년미래센터(가칭’이가 설립된다. 이는 공모를 통해 4개 광역시·도를 선정해 약 13억원의 예산과 총 32명 전담인력을 투입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초기상담 시 사례관리사의 판단에 따라 ‘청년마음건강서비스’에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일상돌봄서비스’를 돌봄이 필요한 1인가구 청년들까지 대상자 범위를 확대한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도 내년부터 고립·은둔 전담 사례관리 인력들이 배치될 예정(총 36명)이며, 국토교통부는 특화형 매입임대제도를 활용하는데 이어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사례관리 프로그램 시 청년특화 공동생활·커뮤니티 등 필요한 공간 마련을 도울 계획이다.

또한 13~19세 학령기, 대학 졸업 후 구직활동기, 직장 취업초기 등 청년기 전후 생애주기별 일상 속 안전망을 두텁게 한다.

학교 내 ‘통합지원팀(가칭)’을 운영하는 선도학교 지정을 확대해 학교폭력, 부적응 등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맞춤형으로 밀착 지원한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업중단 학생들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를 신속히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해센터 책임 아래 지역사회 내 위기학생들을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복지부에 발맞춰 고용노동부는 내년까지 취업 실패, 이직 등의 과정에서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청년성장프로젝트(가칭)’ 신설한다. 더불어 10개 지자체에 224억원을 투입하고 기존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예산과 정원을 확대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진로탐색 및 취업역량 강화를 돕는다.

이외에도 사례관리사 등 현장 종사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희망e음)을 통해 지원하고, 표준 사례관리 매뉴얼, 종사자 정기 보수교육 과정 마련 등 관리체계도 보완한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이 일반청년과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돕는 것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립·은둔 청년들이 스스로를 자책해 사회로부터 은둔하지 않도록 복지부는 다양한 청년 복지정책을 통해 이들을 폭넓게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에게 일반청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점차적인 단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서봉균 겸임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책이 나온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현재 일반 청년들도 취업 실패, 경쟁사회, 경제불황 등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립·은둔 청년에게 이들과 똑같은 잣대를 두고 정책을 설정한 것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봉사와 근로를 혼합한 형식이나 자활근로, 사회적 일자리 등 다소 쉬운 일자리를 먼저 지원해 취업에 대한 의지,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며 “그 이후에 점진적으로 일반청년과 같이 취업의 기회를 줘야 이들이 재고립·재은둔에 빠지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