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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완전월급제’ 정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다가 분신한 택시노동자 고(故) 방영환(55)씨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의 장례는 치러지지 않은 상태다. 생전 방씨가 간절히 원했던 △택시현장 완전월급제 시행 △불법 갑질 대표 처벌 △체불된 임금 지급 등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비통한 죽음의 발단은 바로 ‘변종 사납금제’다. 사납금제란 택시회사가 기사로부터 하루 수익 일정 금액을 떼어가는 제도로, 택시노동자를 무리한 운전과 극도의 장시간·야간 노동으로 몰아간 주범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1월 오랜 시간 동안 택시업계에 뿌리내린 이 제도는 노동자를 과로와 난폭 운전 등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에 따라 수익금을 회사에 전액 납부하고 일부를 노사 합의로 정한 비율에 따라 받는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도 잠시, 일부 택시회사들이 사납금제가 없으면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이가 수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기준금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시 노동자의 고정임금 등에서 공제하는 ‘변종 사납금제’를 슬금슬금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납금제에 반기를 들고 나선 이가 방씨다. 앞서 그는 지난 2020년 2월 해성운수에게 사납금제에 대해 반발했고 이로 인해 부당해고를 당하게 됐다.

당시 방씨는 사측이 제시한 계약서가 최저임금법 등을 위반한다며 서명을 거부했는데, 해성운수는 서명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통고서를 네 차례 발송한 뒤 방씨를 해고했다.

이후 그는 복직을 위한 투쟁에 돌입했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서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분명 이기고 돌아왔건만, 그에게 다시 돌아온 건 소정 근로시간을 하루 3.5시간으로 축소하는 등 불이익이 가득 담긴 근로계약서였다. 이에 반발한 방씨는 올해 2월부터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227일째 시위가 이어지던 지난 9월 26일 오후. 방씨는 회사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승소판결 결과를 품고 동료들에게 복직을 축하받던 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뒤인 10월 6일 새벽 끝내 세상을 등졌다.

방씨의 사망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유족 등으로 구성된 공동 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꾸려졌다. 공대위는 고인의 뜻을 함께 하고자 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노동청 등 노동당국의 조사가 있을 때까지 장례를 미루기로 했다.

지난달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며 “이 안타까운 사실을 세상에 많이 알려야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도 변화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해성운수 대표 정모(51)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이어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의 턱을 손으로 밀치거나 폭언·욕설 등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해성운수와 모회사인 동훈그룹은 아직까지 방씨 죽음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공대위가 해성운수가 속한 동훈그룹 사업장이 최저임금법 위반, 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소환조사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그의 사망 이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밝혀진 체불임금 7000여만원도 아직 고인의 손에 돌아오지 않았다.

방씨의 요구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있는 법’을 지켜달라는 호소였다. 현행법에 따라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하고, 일한 만큼 월급을 받으면 그의 요구는 다 이뤄진 셈이었다.

어쩌면 그는 법을 어긴 회사보다 이를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한 양천구청과 서울시, 그리고 고용노동부 등의 관리·감독기관을 보며 맞서싸워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 ‘내 편’이 아니라는 외로움 때문에 더 절망하지 않았을까.

방씨가 외로운 싸움을 한 시간은 무려 227일이다. 복직 이전부터 하면 더 많은 시간을 혼자 맞서 싸워왔는데, 그동안 국가 권력기관 어느 하나 그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제50차 국무회의에서 “임금 체불은 형사범죄행위이며, 노사법치 모두 공정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언이 사용자들의 불법 앞에서도 올바르게 작동돼야 한다.

긴 시간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던 그가 이제는 편히 쉴 수 있도록, 세상 모든 택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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