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노무제공자 계약 시 어려움 해소 나서
업종·직종 특성 반영은 긍정…강제성 없어 한계
노동계 “최소한 노동조건 보장하는 법안 필요”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포함한 노무제공자가 업무 계약 체결 시 사용 가능한 공통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강제 사항이 아닌 만큼 현장 정착을 위해 정부 노력과 추가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27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전날 노무제공자가 계약 체결 시 활용할 수 있는 공통 표준계약서와 가전제품 방문점검·판매 직종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노무제공자는 타인의 사업을 위해 본인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으로, 배달 노동자, 가사·돌봄 노동자, 방문 점검원, 학습지 교사 등이 이에 포함된다. 올해 기준 노무제공자는 약 420만명으로 추계되는데, 그동안 근로기준법 등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임금체불’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이 지난 8∼9월 프리랜서 10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5명 중 1명(20.9%)은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22.3%는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으며, 만화·웹툰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 미달 비중이 50.4%에 달했다.

노동부는 “관련 실태조사 결과 서면 계약을 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거나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등 현장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에 노무제공자와 사업주가 보다 동등한 지위에서 계약조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공정하게 정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공통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공통 표준계약서는 △계약 기간 △계약의 변경 △보수 또는 수수료의 지급 등 계약 조건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부당한 처우의 금지 등 종사자 권리 보장을 위한 사항 △계약 해지·손해 배상·분쟁해결 방법 등을 명시해 분쟁 발생 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했다.

공통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제정한 가전제품 방문점검·판매 직종 표준계약서에는 고객을 대면하는 직종의 특성을 반영해 고객의 폭언·폭행·성희롱으로부터의 보호 규정을 추가했으며 위·수탁자의 책무, 고객정보관리·영업비밀준수 등 계약당사자 간 지켜야 할 사항을 담아냈다.

실제 계약을 체결할 시에는 표준계약서의 틀과 내용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상세하고 개별적인 사항을 개별 계약서에 규정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 전문과 활용 가이드는 노동부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노동부 김유진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번 표준계약서 제정은 노무제공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현장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표준계약서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보니 한계가 있어 실효성 있는 방안은 물론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날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표준계약서 양식을 마련하고 발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라 실효성이 적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하루 속히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법적 근로자 개념을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해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노동자들을 포괄해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편적 휴식권 보장, 임신·출산 보호 및 괴롭힘 행위로부터의 보호, 노동안전 등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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