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직 차별예방·자율개선’ 권고 나서
복리후생, 동종·유사 업무 관계없이 차별 안돼
노동계 “실효성 담보 못해…생색내기” 비판↑

고용노둥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된 2023년 차별없는 일터 조성 우수사업장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둥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된 2023년 차별없는 일터 조성 우수사업장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가운데, 이를 두고 노동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12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지난 8일 현장의 모범적 사례들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 차별 예방 및 자율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발맞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 근로자라는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간제, 단시간, 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812만명으로, 임금 근로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용자가 차별 문제를 스스로 점검 및 개선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기본적으로 준수하거나 노력해야 할 사항을 안내했다. 더불어 차별 예방을 위한 기본원칙,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권고 사항과 사업장 자율점검표 등도 수록됐다. 

차별 금지 내용에는 임금,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이 포함됐다. 

특히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노동 시장 약자 보호를 위해 근로의 내용과 관계없는 복리후생적 처우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동종·유사 업무 수행 여부와 관계없이 차별하지 않을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노동시장 약자 보호는 노동개혁의 기본”이라며 “사업장 단위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자율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컨설팅, 사업장 교육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회원들이 지난 10월 31일 진행된 비정규직 당사자 실태조사 보고 및 현장증언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회원들이 지난 10월 31일 진행된 비정규직 당사자 실태조사 보고 및 현장증언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정작 적용 대상인 노동계는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이 없다며 비판에 나섰다. 가이드라인 내 ‘금지’라는 표현을 법 규정을 소개할 때만 사용할 뿐 이외에는 ‘노력한다’, ‘개선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실효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발표 당일 성명서를 내고 “차별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할 행위이지 권고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며 “사용자의 선의에 기댄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책임회피 및 생색내기”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현장에서 사업주의 차별 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가이드라인 자체가 사업주를 대상으로 작성돼 차별시정 신청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조치 금지, 차별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열람권 보장 등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들은 정부에 △차별비교대상 확대 △노조의 시정청구권 보장 △차별시정 신청기간 확대 등 본질적인 법제도 개선대책을 마련을 촉구했다.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동안의 차별 및 시정 내용을 정리한 수준이지 당장 현장에서 작용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려면 새로운 것이 있거나 적극적인 행보가 보여야 하는데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어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위해서는 차별 혐의가 있거나 의심되는 사업장의 근로감독을 강화하거나 차별시정제도를 손봐야 한다”며 “더욱이 차별이라는 관점보다 프리랜서, 플랫폼종사자 등 비정규직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응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 보호할 새로운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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