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 절벽, 건설업체 폐업도 잇달아
플랜트 수주 목표 초과, 해외 건설 성장 기대
“민관 합동 모델 ‘팀코리아’ 체제 활성화해야”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해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해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플랜트 수주가 3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해외 건설 시장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부동산 경기의 상징인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323건으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2023년 1·3 대책 발표 이후 지난해 8월 3899건까지 상승했으나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부동산 시장 호황기로 분류되는 2019년 12월 9634건, 2020년 7499건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업체의 폐업도 늘어났다. 이날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총 581개의 종합건설업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아직 열흘 남짓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6곳이 추가로 폐업을 신고했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추진과 함께 점점 고조되는 모습이다. 당국에서는 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원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직접 차입금은 총 1조3007억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 PF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PF 사태 여파에 따른 민간 공급시장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서도 올해 주택 시장 인허가의 경우, 3기 신도시 공급 등으로 공공물량은 증가하겠으나 민간 물량 감소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회복하겠으나 2022년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그 영향이 국내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한편, PF 부실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국내 부동산 경기는 어려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수주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총 302억3000만달러(한화 약 39조7826억원)를 기록, 연간 목표치인 300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2022년 241억8000만달러(한화 약 31조8208억원) 대비 25% 증가한 수준이며 지난 2015년 364억7000만달러 이후 8년 만의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가 지난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친 한-사우디 정상 경제외교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형 프로젝트 계약으로 이어지며 중동지역 수주액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국내기업의 생산 현지화에 따른 수주 증가와 신산업분야의 기자재 수출 증가도 목표 달성에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역시 글로벌 건설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건설시장이 2023년 14조1000억달러에서 2024년 15조40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리인상 싸이클이 마무리되고 회복단계에 진입한 이후 2024년에는 완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플랜트 분야에 집중된 사업 역량을 인프라 및 사업개발·운영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부문을 묶은 패키지 딜 형태의 대형 발주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강 연구원은 “수익성이 높았던 민간 주택시장이 금리인상으로 급랭하고 있으며 당분간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리 건설기업의 수주 전략이 국내에서 해외로의 전환이 필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플랜트 및 시공분야에 집중돼 있는 사업 역량을 인프라 및 사업개발·운영 분야로 밸류체인 확대가 필요하고 사업개발을 높이기 위한 민관 합동 모델 ‘팀코리아’ 체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라며 “원전 수주처럼 대형 발주는 금융 및 군사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패키지 딜 형태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발주에 대응하기 위한 콘텐츠 확보가 중요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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