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스펙쌓기로 변질된 기관장 직책
사퇴 후 후임 인선까지 리더십 공백 생겨
기관 장기 사업계획 구상·진행 어려워져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br>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장이 줄줄이 사퇴했다. 정치인 또는 정권 ‘코드인사’ 등으로 낙하산으로 임명된 인사들은 나중에 임기를 남겨두고도 선거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고는 한다. 다시 본업인 정치판으로 돌아갈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이미 그러기로 결정된 채로 자리에 오는 것도 같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공공기관의 수장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공공복리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기관을 운영함이 마땅하지만 마치 총선 전 정치적 공백기를 메우는 ‘스펙 쌓기’의 일환이 돼버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기관장이 임기 중 갑작스럽게 사퇴하면 기관들은 직무 대행체제로 전환한다. 후임 인선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리더십 공백에 빠진 기관들은 연속성 있는 정책, 장기 사업계획의 구상 또는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공공기관 내 재무 건전성 위기 등 공공기관 부실 문제 현안이 존재함에도 기관장이 1년도 채 안 돼 떠난다는 건 경영 운영의 의지보다 정치판에 관심이 더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코레일관광개발 권신일 대표이사는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지난달 포천시·가평군 지역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광주환경공단 김성환 전 이사장도 총선 출마를 위해 취임 11개월만인 지난 9월에 중도 사퇴했으며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도일자리재단 채이배 대표이사는 임명장을 받은지 9개월만인 지난해 8월말경 사직서를 제출했다. 채 전 대표이사는 고향인 전북 군산지역에서 출사표를 쓸 모양이다. 

지난 9일 한국관광공사 김장실 사장은 조기 퇴임 의사를 밝히고 다음날인 지난 10일 퇴임식을 진행했다. 2022년 10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10월 5일까지라 아직 한참이 남았다. 그는 경남 사천·남해·하동 지역 출마를 저울질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문제가 얽혀 있음에도 출마를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인 2021년 11월 취임해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태인 대한석탄공사 원경환 사장은 지난달 사의를 밝혔다. 감독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재작년 9월 발생한 태백 장성광업소 근무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규정상 사표가 수리될 수 없다. 그렇지만 원 사장은 짐을 챙겨 떠난 뒤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공공기관 임원이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게 위법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선거뿐 아니라 정권교체기마다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거취는 늘 논란거리가 됐던, 이른바 반복되는 이슈다. 

당연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 노선을 잘 이해하고 뒷받침해야 하기에 여야 정권교체 때에는 부득이 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항변도 나온다. 오죽하면 여야 모두 공공기관장과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안 취지에 대해 공감을 이뤘을까. 세부 사안에 대한 의견 차이로 여야 합의를 이루진 못했지만 제도성 필요에는 뜻을 함께하는 만큼 재논의가 필요하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기관 개혁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기관장들이 사익보다 공적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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