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공무원 희생 강요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

공노총 석현정 위원장 “투쟁으로 책무 일깨워 줄 것”
최저임금 연동 수당·민간 참여 비율 확대 등 주장
“공무원들, 스트레스 호소…충분한 보상안 내놔야”
‘정부 미온적으로 대응 시 강력 투쟁 돌입’ 선언도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8일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공무원 희생 강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8일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공무원 희생 강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공무원노조가 오는 4월 10일 예정된 제22대 총선 업무에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는 일을 중단하고 충분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은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공무원 희생 강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부정선거 명분을 앞세운 수검표를 위해 공무원 선거사무 강제 동원 반대 △최저임금과 연동한 선거사무 수당지급 △투개표사무업무 민간 참여 비율 확대 등을 선관위에 요구했다.

공노총 등에 따르면 정부의 22대 총선 관련 예산 편성에서 정당추천으로 6시간 근무하는 투·개표참관인에게는 종전 5만 원에서 10만원으로 수당이 2배 인상된 반면, 공무원과 시민으로 구성된 투표관리관과 투·개표사무원들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 많은 양의 일을 함에도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투표관리관, 투표사무원, 개표사무원의 수당은 각각 19만원, 13만원, 7만5000원이다.

이에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으면서 임시공휴일인 선거일에 14시간이 넘는 고강도 사무 업무를 맡는 현실을 꾸준히 지적해 왔으나, 정부는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미 투·개표 사무업무의 60% 이상을 공무원 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정선거 방지라는 목적으로 전수 수검표 방식 도입과 개표업무를 오직 공무원만 담당할 수 있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2008 정부교섭 단체협약서’와 ‘2020 정부교섭 단체협약 실무교섭 합의’에 따르면 정부는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이 전체 투·개표사무원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자율참여를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두 단체는 이번 총선에서 공무원 노동자를 수검표에 동원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명백한 ‘단협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8일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공무원 희생 강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8일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공무원 희생 강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투데이신문

공노총 석현정 위원장은 “공무원 노동자는 무조건 명령어를 입력하면 일을 하는 기계나 AI가 아니다”며 “강제 동원을 앞세워 공무원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노고를 진정으로 치하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먼저 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공무원 노동자의 피와 땀, 눈물로 점철되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늦었지만, 선거사무와 관련해 충분한 보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공노 박중배 부위원장은 “대부분 외국 나라들은 투표시간이 하루 8시간인데, 우리나라는 사전투표 2일, 본 투표 1일까지 하는 것은 물론 하루 투표 시간은 12시간, 보궐 선거는 14시간에 육박한다”며 “우리나라도 투표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노총 성남시청노조 이기행 위원장도 “선거사무에 시달릴 것을 생각해 벌써 각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이 늘었다”며 “정당한 보상과 휴식을 제공하지 않겠다면 공무원 노동자 누구라도 선거사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공노 경기본부 남일우 시흥시지부장은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사무를 수십 년에 걸쳐 불공정하고 몰상식하게 처리해 오고 있다”며 “또 그 문제를 인식하고도 개선을 위한 노력은커녕 어쩔 수 없다는 핑계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우리 지방공무원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한 이들은 선관위 등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할 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에 공무원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요구서를 선관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비롯해 전국 동시 다발 지역 선관위 기자회견, 항의방문, 1인 시위, 현수막 게첨 등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근처에서 관련 집회를 진행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가 18일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공무원 희생 강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가 18일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공무원 희생 강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석현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선거사무 공무원을 선발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

없다. 우선 선관위가 필요한 인원을 각 기관에 전달하고, 그 인원이 지자체로 오고, 이어 부서별로 배정된다. 사실 이 자체가 법에 어긋난 거다. 법에 따르면 원래 본인이 하겠다고 직접 나서야 위촉되면서 선거사무 담당을 맡게 되는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렇게 되지 않은 채  ‘강제 동원’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사실 밤을 새우면서 개표하는 업무는 다소 젊은 친구들이 가져가게 되고, 관리관은 경험이 필요하다 보니 6급 선임 등이 맡게 된다.

Q. 말했듯이 법으로 규정돼 있었는데, 왜 일선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나.

법이 약간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법에는 위촉이라고 돼있지만, 또 다른 위임 규정을 보면 선거에 공무원들이 참여해줘야 하고, 이가 이뤄지지 않을 시 지자체장 책임이라는 규정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이 기본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고, 국가의 중요한 일정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모두 ‘우리’ 책임이라는 의식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있다 보니 묵묵히 현장에 나선 것이다.

Q. 오랜 시간 선거사무 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양대 노조가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안다.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 과정에서 아예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벽보를 붙이는 작업, 홍보지 하나하나 다루고 포장하는 등 사소한 작업도 다 공무원이 해왔는데, 이제는 일부 민간에 위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됐다.

Q. 선관위랑은 대화를 지속하고 있나.

며칠 전에도 간담회를 했고, 이후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다만 선관위는 공무원노조의 의견에 대해서 동의를 하지만 그에 따른 예산은 자기들의 영역이 아니고 기획재정부의 영역이라는 답변만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획재정부 앞에서 오는 22일에 기자회견을 진행해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이날처럼 선관위에게도 꾸준히 투쟁해 그들의 책무를 일깨워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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