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검사는 강제인데…‘마약’ 검사는 동의 받아야
의심 운전자 마약 검사 강제하는 개정법률안 계류
마퇴본부 “마약류, 알코올 대비 강력한 제재 필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히고, 이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 A씨(가운데)가 지난해 8월 18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마약 간이 검사 결과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진제공=뉴시스]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히고, 이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 A씨(가운데)가 지난해 8월 18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마약 간이 검사 결과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등 마약류 투약 후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사례가 늘자 경찰이 투약 의심자에 대해 현장에서 소변 대신 타액(침)을 통해 검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다만 운전자 동의없이 검사를 실시할 수 없어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일선 교통조사과 등을 중심으로 타액용 마약 간이시약기(타액 시약기)를 도입했다.

앞서 압구정 롤스로이스사건은 지난해 8월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피의자 A(27)씨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이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피해자가 지난해 11월 25일 끝내 사망하면서 A씨는 도주치사 등 혐의로 공소장이 변경됐다. 그는 범행 당일 인근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어 차례 투여받은 후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도입된 타액 시약기는 채취봉 스펀지를 입안 곳곳에 문지른 뒤 침샘 가까이에 두면 약 3분 안에 양성 여부가 확인되는 방식이다. 필로폰, 코카인, 대마 등 마약 6종을 검사할 수 있다. 신종 마약류로 등장한 합성 대마나 펜타닐 등은 잡아낼 수 없다.

서울 모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음주운전 현장단속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모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음주운전 현장단속 [사진제공=뉴시스]

기존에 사용하던 소변 검사 방식과는 다르게 화장실로 이동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바로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값 검출까지 약 2주가 소요되는 체모를 통한 정밀 검사와 비교할 때 역시 효과적이다.

다만 피의자가 마약 투약 검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검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소변 검사 등 여전히 기존의 검사가 갖고 있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운전자가 마약을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경우 음주운전의 경우처럼 경찰이 운전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에게 동의 없이 감사를 강제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대표 발의 후 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약을 투약하고 운전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약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효성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한 의원의 설명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마약류는 알코올에 비해 훨씬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모든 의심자들을 다 범죄자로 간주할 수는 없는지라 다른 법률과 함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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