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세운 3N “글로벌 도약 준비”
AI 활용 본격화…블록체인 훈풍 불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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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국내 게임업계 전반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움직임이 전개되는 중이다. 특히 연초부터 업계 리딩 기업인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중심으로 리더십 개편이 진행되며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게임사로의 도약’이라는 공통된 선언의 뒷면에는 리스크 관리와 비용 효율화, 새로운 투자기회 모색 등의 속사정이 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ICT 시장 최대의 화두인 AI(인공지능) 경쟁에도 직면한 상태다. 이전부터 게임업계도 관련 연구개발을 계속 수행해왔던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주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암호화폐 시황의 변화에 따라 블록체인 사업도 지켜볼 만한 포인트로 꼽힌다. ‘크립토스프링(가상자산 활황기)’이 도래했다는 평가 속에 위메이드, 넷마블 등 관련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준비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 연이은 사령탑 교체…경영 쇄신 가속

지난해 11월 넥슨의 대대적인 리더십 개편 소식이 전해졌다.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가 넥슨(일본법인) 신임 대표이사로 영전하고, 강대현 COO(최고운영책임자)와 김정욱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가 그 후임자로 내정된 것이다. 

강 내정자는 주요 인기 게임들의 디렉터를 거쳐 2014년부터 넥슨 라이브게임 개발을 총괄했으며, 인공지능 등 신기술 개발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해 이끌었다. 김 내정자의 경우 2013년 넥슨에 합류해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했고, 사회공헌 활동을 총괄하는 넥슨재단 이사장 직을 겸임했다.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이 대표가 설계·지휘하는 가운데, 각각 개발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두 사람을 통해 개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최근 이슈가 된 대외 리스크·경영권 관리 등 그룹 전반의 안정을 함께 도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좌측부터) 넥슨코리아 강대현, 김정욱 공동대표 내정자, 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 넷마블 김병규 각자대표 내정자 [사진 제공=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좌측부터) 넥슨코리아 강대현, 김정욱 공동대표 내정자, 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 넷마블 김병규 각자대표 내정자 [사진 제공=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같은 해 12월 VIG파트너스 박병무 대표를 영입, 공동대표 후보자로 내정했다. 기업 경영·전략·투자 관련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회사 측은 “컴퍼니 빌딩 전략을 실행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신사업 투자 등에서 그의 색채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김택진 대표의 가족인 윤송이 사장과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각각 CSO(최고전략책임자), CPO(최고퍼블리싱책임자) 직에서 물러나고, 이성구·백승욱·최문영 등 3인의 CBO(최고사업책임자)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실적 부진을 겪던 AI 금융조직 ‘금융비즈센터’를 정리하며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는 한편,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도 법인 정리를 결정했다. 

넷마블도 신임 각자대표에 경영기획 담당 임원인 김병규 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 전략기획,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전략통’으로, 권영식 대표가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가운데 회사 전반의 현안을 챙기는 역할을 맡는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다양한 신작 라인업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노리는 넷마블의 사업 전개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게임 외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갖추고 있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서의 성과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 신기술 관련 사업 ‘화두’

특히 지난해에 이어 AI가 글로벌 ICT 업계의 주안점이 되고 있어 국내 게임업계도 해당 분야를 주시하는 실정이다. 생성 AI를 게임 개발 과정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용자들의 플레이 경험을 향상시키는데 주안점을 두는 가운데, 자체 모델을 직접 만드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관련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를 공개한 이후 외연 확장에 나서는 형국이다. 웅진씽크빅, 튜터러스랩스와 디지털 교과서의 AI 맞춤형 학습 서비스 제공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가 하면, 차량용 AI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위해 마트카 플랫폼 전문기업 오비고와 손을 잡았다. 

엔씨소프트의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 로고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 로고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지난해 4월 ‘게임스케일’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게임 내 결제 및 상점·쿠폰 이용 등 플랫폼 서비스와 보안, 데이터 분석, UX분석 등 인게임 데이터에 기반한 게임 운영 솔루션으로, 실제 게임에 적용돼 다양한 효과를 봤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게임 내 개인화 광고는 164% 이상의 리텐션 효과를 냈으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는 이탈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 40%의 재접속을 유도했다. ‘FC 온라인’의 경우 3년 연속으로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최근에는 생성 AI에 집중, 유저 개인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따라 게임 자체와 소통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크래프톤의 경우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생성 AI ‘버추얼 프렌드’를 개발 중이다. 챗GPT 수준의 자연어처리와 언어 모델을 적용하고, 한국어 음성학습 기술을 통해 플레이어와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AI를 추구하는 것이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R&D(연구개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AI와 머신러닝 분야 세계 최대 규모 학술대회 ‘뉴립스(NeurIPS) 2023’에서 5편의 논문이 메인 트랙으로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다. 

블록체인 분야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오랜 기간 지속됐던 크립토 윈터를 벗어나 시황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대표적으로, 빗썸 등 국내 원화 거래소 재상장 이후 각 거래소의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사진 제공=위메이드]
지난 11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사진 제공=위메이드]

특히 위메이드의 경우 오는 3월 ‘나이트크로우’의 글로벌 출시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꼽히며, 회사 측은 한층 고도화된 토크노믹스를 구현한 블록체인 버전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잠깐의 트렌드에 그쳤던 P2E(플레이 투 언)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넷마블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는 지난 10일 홍진표 사업개발총괄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리더십 개편에 나섰다. 넷마블 대졸공채 출신인 그는 1990년생으로 넷마블 사업관리실과 마브렉스 사업개발팀 등을 거치며 게임과 블록체인 양면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특히 자체 토큰인 MBX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넷마블 김병규 신임 각자대표 내정자와의 시너지 효과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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