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책수가·대안적 지불제도 도입
‘고위험’ 필수 의료에 추가 수가 산정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오는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투입하겠다고 한 ‘10조원+α’ 재원에 대한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전부터 모든 의료행위에서 획일적인 수가(의료행위 대가) 인상이 이어져왔지만, 앞으로는 필수의료 분야에 수가를 집중적으로 높이고 진료 양 대비 수가를 주는 것이 아닌 진료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개편된다.

5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전날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하고 중장기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종합계획에는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혁 △의료서비스 지원체계 개선 △의료남용을 차단해 보험재정 효육적 관리 △필수의약품 등 안정적 공급 및 의료 혁신 통한 선순환 구조 마련 등 4대 추진방향이 담겼다.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국민건강보험법 제3조의 2에 따라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수립하는 것으로, 가입자 및 공급자 단체, 관계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8차례 추진단·자문단 회의, 정책토론회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마련됐다.

복지부는 “최근 지역·필수의료 공백, 필수의약품 부족 등 의료공급 위기는 국민의 생명·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축소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종전 건강보험 정책은 보장률 제고에 편중돼 수도권·대형병원 쏠림에 따른 지역의료 공백, 진료량 감소 및 보상 수준 불균형으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본인부담 감소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이용 증가 등 현행 지불제도가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는 더 악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면서도 지속 가능하게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필수의료 공백과 보상 수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불제도 개혁에 나선다. 국내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대부분인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종별 환산지수 계약에 따른 행위별 수가의 일괄 인상 구조를 탈피하고 필수의료 등 저평가 항목을 집중 인상할 수 있도록 수가 결정구조를 개편한다.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의료행위의 난이도·위험도·시급성, 의료진 숙련도, 당직·대기시간, 지역 격차 등 기존 행위별 수가 산정 시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사항을 보완한다. 공공정책수가가 도입될 경우 고난도 수술 등이 많고 업무강도가 높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행위에 수가를 더 높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행위별 수가의 틀을 넘어 진료량보다는 의료의 질, 성과 달성에 따라 차등 보상을 제공하는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주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 등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일명 ‘3분 진료’처럼 양에만 치중하는 의료행위는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의료의 질도 보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격차 해소와 건강한 삶 보상을 위해 의료서비스 지원체계도 개선된다.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 중심으로 지역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을 강화해 생애·질병 단계별로 필요한 의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한다.

연간 의료 이용이 현저히 적은 가입자에게 전년에 납부한 보험료 10%(연간 12만원 한도)를 바우처로 지원하고, 건강생활실천지원금 지원 대상을 늘리는 등 자기 주도적 건강관리에 대한 혜택을 확대한다.

서울 소재 모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모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번 계획에는 의료남용을 철저히 차단하고, 국민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 에서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명 ‘의료쇼핑’과 같은 과도한 의료서비스를 막기 위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 등에 대해 급여·비급여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주기적인 재평가를 통해 효과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비용이 드는 등의 문제가 있는 비급여 항목은 퇴출 조치한다. 더불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데 이어 비급여 항목별 권장가격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며,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실손보험 개선 체계도 수립한다.

아울러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피부양자 제도도 오는 2028년까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축소, 피부양자 제도 개선 등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형평성 제고를 위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은 계속 추진하며, 유튜버 등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방식을 검토하고, 일시 납부, 소득 발생-보험료 부과 간 시차 최소화 등을 통해 납부 편의를 개선한다.

필수의약품 등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의료 혁신도 지원한다. 정부는 꼭 필요한 의약품 등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국산 원료의 사용을 유도하고, 국내 생산 기반시설(인프라) 유지를 위해 약가를 우대하는 등 다각적 지원을 강구한다.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에 포함된 정책에 따라 대안적 지불제도의 비중이 총 요양급여의 5.5% 수준에서 11%로 약 2배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인구 10만명 당 치료가능사망률도 지역 간 격차가 10.6명에서 5.3명으로 절반 가량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국민이 적정하게 받고 있는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지원하고, 필수 의료 등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나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는 5년간 10조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난 1일 발표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포함, 그간의 필수의료 대책이 안정적 재정 지원하에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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