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시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7월 서울시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내 청년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바쁘거나 돈이 아깝다는 등의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수록된 설문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의 총 4000명 내외의 만 19세에서 34세까지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픈데도 불구하고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청년은 41.6%로 집계됐다.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가 47.1%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병원비(진료비)를 쓰는 것이 아까워서(의료비 부담)’ 33.7%, ‘약국에서 비처방약을 사 먹어서’(9.3%) 순이었다.

그중 ‘병원비가 아까워서’ 입원을 하지 못한 경우는 미취업자(43.7%), 빈곤층(41.9%), 중위소득 미만(41.3%) 등 취약계층에서 주요하게 나타나 경제적 요인이 청년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보였다.

최근 1년간 월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의료비 평균 지출 비중은 ‘5% 이하’가 54.0%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는 ‘6∼10%’가 18.2%, ‘전혀 없음’이 13.2%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생활비에서 의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답한 비율은 40.0%으로 파악됐다.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30.9%다.

특히 청년의 절반 이상은 최근 1년 동안 병원, 건강검진센터, 보건소 등에서 건강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및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전체 응답자 중 57.8%가 우울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37.1%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이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청년 사회 전반의 문제임을 함의한다”며 “특히 학력이 낮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회경제적 약자들로부터 우울증과 자살 증상이 높게 나타나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 체계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청년들은 현재 청년 복지증진을 위한 대책이 시급(66.9%)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청년들은 의료비 지원(32.8%)과 청년 심리상담 지원(28.9%)의 확대가 가장 시급한 정부의 청년 건강 정책으로 지목했다.

이에 연구원은 청년의 건강 분야 자립안전망 정책 과제로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체계 강화 △우울 증상 해소를 위한 마음건강사업 확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예방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청년 건강 지원 정책 우선순위 조정 등을 제언했다.

이외에도 청년의 사회·문화자본 분야 자립안전망 정책 과제로 청년문화패스 운영 등 청년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1인 가구 고립 청년을 위한 사회적 연결망 지원 등을, 자립안전망 구축을 위한 인프라 및 법제도 기반 구축 과제로 청년기본법 보완 개정, 청년정신건강진흥원 설치 등을 주장했다.

연구원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양상을 고려해 청년층의 취약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영역의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청년이 니트, 사회적 지지 결핍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지표의 개선 뒤에 가려진 청년 삶의 변화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고려한 청년 다차원 빈곤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사회 재생산 역할을 담당하는 가족형성기 청년의 관점에서, 그리고 역사적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청년으로 진입하는 다음 세대의 다차 원 빈곤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