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실적 부진…구조조정 등 ‘비용 감축’ 화두
본업에서 해법 모색…다변화된 신작 라인업 예고
기존 ‘성공 공식’ 대체 필요…신시장 개척도 숙제 

사진 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국내 게임업계의 지난해 성적이 나왔다. 넥슨과 크래프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한파가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업계 전반에 걸쳐 ‘비용 감축’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택하기도 했다. 

이에 대다수 게임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분야들 대신, 본업인 게임사업에서의 성과를 우선적으로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출시 예정인 주요 신작들에 집중, 흥행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하지만 올해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모바일·MMORPG 등을 통해 쌓아온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 깨지고 있어 이를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이 절실해진 상태다. 특히 콘솔의 경우 국내 게임사들에겐 불모지와 같은 시장으로,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서는 여러 시행착오들을 거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시화된 생존 위협 

당초 시장의 예상대로 지난해 게임업계 실적은 대체로 부진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 등 전년대비 크게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으며, 넷마블도 매출 2조5014억원, 영업손실 696억원 등 적자가 지속됐다.

카카오게임즈는 3년 연속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은 745원으로 전년 대비 57% 줄었다. 펄어비스의 경우 매출 3335억원, 영업손실 164억원 등 적자로 돌아섰으며, 위메이드 역시 11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커진 상태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도 각각 393억원, 140억원의 적자를 봤다.

경기도 성남 판교 소재 넥슨코리아 사옥 ⓒ투데이신문
경기도 성남 판교 소재 넥슨코리아 사옥 ⓒ투데이신문

그나마 넥슨과 크래프톤, 네오위즈 정도가 선방한 모습이다. 넥슨의 경우 매출 4234억엔(약 3조9323억원), 영업이익 1347억엔(약 1조251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크래프톤도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 등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네오위즈도 ‘P의 거짓’의 글로벌 성과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기업들의 화두는 ‘비용 통제’로 맞춰졌다. 특히 높아진 개발자 몸값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인지라, 단순 지출 축소를 넘어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이어졌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정리했으며, 컴투스 역시 개발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넷마블에프앤씨도 자회사 메타버스월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했고, 라인게임즈 역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개발팀을 해체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대다수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넥슨조차도 연초부터 여러 이슈에 휘말리는 등 올해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올해 게임업계의 화두는 생존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결국 믿을 것은 ‘게임‘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게임사들의 전략은 결국 ’게임‘으로 귀결된다. 본업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반등을 일궈내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모바일·MMORPG 등으로 고착화된 구도를 깨고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의 실험을 전개하는 모습이다.

넥슨은 자체 IP와 크로스플랫폼으로 무장한 신작들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 여름 출시를 준비 중인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와 ‘마비노기 모바일’,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 잠입 생존 게임 ‘낙원’, 팀 대전 액션 게임 ‘웨이크러너’ 등 다채로운 장르의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가 15일 개최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넷마블 권영식 대표가 15일 개최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엔씨소프트도 ‘쓰론 앤 리버티’ 글로벌 출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 BSS’, ‘배틀크러쉬’ 등의 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넷마블은 4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을 시작으로 ‘레이븐2’,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제2의 나라‘ 중국 등의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 ’딩컴 모바일‘, ’프로젝트 블랙버짓‘, ’서브노티카2‘ 등을 주요 라인업으로 제시했으며, 카카오게임즈는 ‘롬(R.O.M)’과 ’가디스 오더‘, ’아키에이지2‘, ’패스 오브 엑자일2‘ 등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위메이드도 ‘레전드 오브 이미르’와 ‘판타스틱 베이스볼: 얼티밋 쇼다운‘ 등의 신작을 출시할 계획이며, 3월에는 ‘나이트 크로우’의 글로벌 진출이 예정돼 있다.

■ 도전의 이면 ‘불확실성‘ 극복해야

하지만 이 같은 도전 앞에 장밋빛 미래만 그려져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소한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곧 그만큼의 불확실성을 직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콘솔 시장 개척 부분을 놓고 이러한 전망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의 사례가 있긴 했지만, 트리플A급 게임을 만들어내 흥행까지 일궈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력이 있는 대형 게임사가 다양한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P의 거짓’과 같은 사례가 꾸준히 나와 시장에서 인정받을 필요가 있지만, 중소 개발사에서 이 같은 시도를 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며 ”든든한 캐시카우를 가진 대형 게임사들이 앞장을 서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사진 제공=네오위즈]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사진 제공=네오위즈]

차세대 BM 창출 역시 중요한 숙제로 꼽힌다. 국내 게임사들의 주된 수익원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이 게이머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3월부터는 확률공개 의무화를 규정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수익 창출 구조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이 같은 숙제들은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학회장은 “사행성 등 확률형 아이템의 유해성에 대한 조명이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새로운 BM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동시에 신규 IP(지식재산권) 창출에도 전력투구해 글로벌 트리플A급 게임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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