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불발
차입금 1년새 10조원 규모로 확대
“신사업 신경쓰며 효율성 높이겠다”

롯데케미칼 이훈기 사장이 지난 2일 의왕사업장 ‘A VIEW’ 쇼룸에서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이훈기 사장이 지난 2일 의왕사업장 ‘A VIEW’ 쇼룸에서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케미칼]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이 올해도 만만찮은 해를 보낼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래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할 상황이지만 자금 조달과 자회사인 롯데건설 PF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공모채 발행과 파키스탄 법인 매각에 차질을 빚으며 연초부터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차입금 규모마저 크게 늘어났는데 기존 석유화학 업황 개선은 장담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최대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준비했으나 현재는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인 롯데건설의 회사채 발행에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을 하면서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의 약 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A+였으나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에 나서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은 AA0를 부여받았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31일 1년물 2000억원 발행을 목표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3440억원을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2022년 12월 롯데건설이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설 때에도 지급보증을 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단기 대여하기도 했으며 같은해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하는 등 유동성 지원을 이어갔다. 

현재 롯데건설 PF 우발채무 규모는 5조4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건설은 최근 이 중 2조3000억원을 3년 장기로 연장하고 오는 2024년 말까지 본PF 전환과 상환으로 2조원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이를 위해 시중은행 등을 통한 2조3000억원 규모의 PF 펀드를 조성했는데 롯데케미칼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이와 관련한 리스크에게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파키스탄 자회사 지분 매각마저 현지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불발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 보유지분 75.01%를 전량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장기간 지연되자 지난달 15일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석유화학 시황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추세다. 롯데케미칼 이훈기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사업의 운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시의적절한 투자와 실행력 강화, 추가적인 미래사업 발굴”을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에도 33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비록 2022년보다 적자 폭을 4300억원 가량 줄였으나 차입금은 2022년 6조17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말 9조83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2022년말 55.1%에서 지난해말 66.3%로 상승했다. 지난해 3월 동박 제조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신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해 왔으나 당장은 그 성과보다 재무부담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와 2년 연속 적자를 극복하려면 수익성 개선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수소 사업에 6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3조원 규모로 축소하고 울산공장 내 폐PET 재활용 생산시설 투자는 오는 6월까지 완료하려는 계획을 2027년까지로 연장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건은 여러가지 사정을 따져 검토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은 회사 사정과 대외 경기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화학 업황 전망은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 상황, 전쟁, 유가 등 글로벌 변수가 많아 가늠하기 어렵다”라며 “신사업에 신경쓰면서 효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아직 60% 수준으로 자금 흐름 등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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