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최근 엔씨소프트가 또 다시 소송전에 돌입했다.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신작 MMORPG ‘롬(R.O.M)’이 자사 게임 ‘리니지W’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지난 22일 두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웹젠의 ‘R2M‘이 자사의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도 법적 공방을 시작한 상태다. 

최근 제기된 건을 포함해 엔씨소프트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공통된 쟁점을 갖는다. 바로 어디까지를 IP(지식재산권)로 볼 것이냐다. 통상적으로 IP라 하면 캐릭터나 스토리, 세계관 등 내러티브 요소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엔씨소프트는 UI·UX를 포함한 각종 시스템과 콘텐츠 설계 등까지를 포함하는 등 보다 넓은 개념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같은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를 장르적 특성에 따른 유사성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리니지라이크‘라는 시장이 존재하고 수요가 확인되는 만큼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게임들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데, 그때마다 소송이 제기된다면 유저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레드랩게임즈의 경우 엔씨 측의 소송 제기 다음날인 23일 신현근 PD 명의의 공식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엔씨 측의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한 해명과 대응 방향에 대해 유저들에게 설명했는데, 회사 측 관계자는 ”피소로 인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할지에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유저 케어 차원에서 PD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건너야 할 ‘리니지의 강’은 따로 있다. ‘리니지라이크’라는 이름으로 굳어져 획일화된 게임 설계와 각종 콘텐츠 등 게임 자체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리니지M’의 흥행 이후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은 이를 차용한 타이틀을 계속 선보여 왔으며, 그 결과 유명 IP의 탈만 쓴 유사 게임들이 대거 양산됐다. 뿐만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BM(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해 유저를 착취하는 쪽으로 고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학회장은 이를 두고 ‘리니지라이크라는 이름의 부화뇌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글로벌 보편성과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졌고, 국내 시장이 과포화된 현 시점에는 업계 전반에 걸친 실적 부진의 요인이 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증가했던 수요의 원상 복귀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 리니지라이크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수익성마저 후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난 상황이다. 든든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 방정식’만을 맹목적으로 따라왔던 태도에 대한 업계의 자성도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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