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면허정지) 처분은 불가역적이다”

‘불가역적’이라는 말은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쉽게 변하지 않다는 의미인데, 이는 ‘의대 정원 확대’ 반발한 전공의 등에게 엄정 대응을 고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 마감시한이었던 지난달 29일이 지나자, 본격적인 행정처분 및 사법절차에 돌입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차관은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전공의 수련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진다”며 “또 행정처분 이력과 그 사유는 기록되므로 향후 각종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시작했고, 전공의들에 대한 무더기 면허정지 처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까지 각 수련병원에게 전공의 7854명에 대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불이행했다는 확인서를 받았고, 계속해서 현장 점검을 통해 실제로 근무를 하는지를 점검해 복귀 여부를 판단한 뒤 미복귀 전공의에게 처분 사전 통지서를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전공의 집단행동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의료계 핵심 관계자에 대한 경찰 조사도 착수됐다.

의료계 반발에도 변함없는 정부의 행보에 의대 교수들까지 삭발과 사직, 겸직해제 등의 단체행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정점을 찍으면서 의료계의 소통은 기회조차 사라진 모습이다. 서로 더욱 날을 새운 채 경계하고 갈등할 뿐, 그 누구 하나 봉합할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철옹성 같은 정부의 반대편에 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에 기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세계의사회의 루자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회장이 전 세계 의사들의 지지와 연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며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 인권 침해이고, 대한민국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보름 이상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인력 약 40%를 전공의인 탓에 이들이 이탈하자 크게 흔들렸다. 종합병원들은 환자를 중증도로 나눠 가려 받고 있으며, 신규 환자의 입원은 더욱 어려워졌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병동, 응급실, 직원의 축소 운영을 결정하는 등 의료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지금처럼 정부가 미복귀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치 처분을 내리고, 주요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사이 의료대란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또 전국 수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젠 이 길고 긴 갈등을 매듭지을 때다. 양측 다 이번 싸움의 목적이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국민의 생명이 달린 사안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간 정부가 엄중 대응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면 지금은 먼저 손을 내밀 차례다. 먼저 증원을 제시한 만큼 협상테이블을 만들어줘야 하고 그 안에서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6일 ‘국가미래전략원 개원 2주년 기념 대담회’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의료개혁에는 열린 자세로, 그러나 결단력 있게 완수해 나가겠다”는 말이 구속 수사, 면허 취소 등 의사를 압박할 때만 작용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양측은 의대 증원에 매몰된 의료계 평생 숙원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 4대 개혁 등을 보다 탄탄히 정비해 의료개혁이라는 미래를 함께 내달릴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 순간까지도 제 곁을 떠난 ‘의사’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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