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휴진 일주일…1만34명 사직서 제출
행안부 장관 “의료현장 혼란 가중…마지막 호소”
근무 간호사 대상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실시도
의협 “정부, 폭압 자세 버리고 의료계와 대화해야”

26일 서울 송파구 소재 모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옆으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26일 서울 송파구 소재 모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옆으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집단으로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26일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서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전공의들을 향해 복귀할 수 있는 데드라인으로 오는 29일을 제시했다.

이 장관은 “지난주에 시작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환자분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심각한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서 병원의 환자 진료기능 유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입원 전담 전문의 근무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오는 27일부터는 전국의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수행하는 업무범위가 보다 명확히 설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러한 대책들이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그야말로 불안과 걱정이 가득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밤낮으로 피땀 흘려 지키던 현장으로 돌아와,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해 대화하길 바란다”며 “여러분의 목소리는 환자 곁에 있을 때 더욱 크고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발표한 ‘4대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이 장관은 “(해당 패키지는) 여러분들에게 더 나은 의료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고 위기에 처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더 나은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미래를 위해 젊은 의사 여러분께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해주실 거라 믿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이 장관은 “지난 23일 대한종합병원협의회에는 ‘전문의 중심 지역종합병원이 공백 없는 의료지킴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응급실로 출근한 전공의가 응급환자 진료를 도왔다는 언론기사도 보았다”며 “의료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고 계신 모든 의료진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상민 제2차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상민 제2차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서면 점검한 결과,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소속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3%인 900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3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38건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중대본 브리핑을 발표한 뒤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은 “다음 달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 취업 등 이후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 등 추가적인 사법 처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만약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및 사법절차를 진행한다면, 이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다리를 파괴하는 행동”이라며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히 무너지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해 폭압적 자세를 버리고, 정책 폐기를 전제로 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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