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사교육 업체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검토 등에 참여한 교원들이 모의고사 문항을 거래한 사실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12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전날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수능 출제과정에서 집필 중인 EBS 교재 문항 지문이 수능 문항에 출제되고, 수능 문항과 사설 모의고사 중복 검증 누락, 중복 지문 출제에 관한 이의신청을 평가원 직원들이 고모해 부당처리한 문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 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

56명 가운데 27명이 현직 교사이며, 그 외 대학교수 1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4명, 전직 입학사정관 1명, 사교육업체 관련자 2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는 다수 교사에 대해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물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영리 행위를 한 현직 교원의 자진 신고 등을 바탕으로 자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뒤 그 사실을 숨기고 수능·모의 평가 출제에 참여한 4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22명(2명 중복)은 청탁금지법, 정부출연연법상 ‘비밀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 수사 의뢰 대상은 앞서 이뤄진 교육부 발표보다 30명 이상 늘어났다.

교사와 사교육업체의 문항 거래는 만연하게 자행되고 있었으며 그 수법은 조직적이고 다양했다.

일례로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교사 A씨는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접한 검토 및 출제위원 참여경력의 교원 8명을 끌어들여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조직한 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사교육 업체에 2000여개 문항을 제작, 공급했다. 이들 조직이 받아 챙긴 부당 수익은 무려 6억6000만원이다. 

고교 교감이던 B씨는 동문 선·후배들과 함께 문항제작팀을 꾸려 사교육 업체에 파는 방법으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9200만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사교육 업체 거래 이력을 숨긴 채 수능 출제위원을 맡은 경우도 빈번했다.

특히 큰 논란이 됐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대해 감사원은 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의 유명 일타강사, 출제진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간에 유착의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EBS 수능 연계 교재의 감수본에 담겼던 지문을 그해 수능 출제위원인 대학 교수 C씨가 그대로 수능에 출제했고, 평가원은 해당 지문이 유명 일타강사 D씨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중복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D씨는 EBS 교재 감수본의 지문을 출제했던 고교 교사 E씨, 친분이 있는 또 다른 교사 F씨에게 해당 지문으로 제작된 문항을 전달 받은 뒤 사설 모의고사를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감사원은 수능 이후 이의신청 게시판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수험생들의 항의가 다수 올라오자, 평가원 내 담당자들이 이를 이의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같은 감사 결과에 교육부는 같은 날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조치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능 공정성 강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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