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 계속 증가세 보여
참여율도 최고치 기록…교육부 목표 달성 못해
서울 1인당 사교육비 60만원으로 전남 2.3배↑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학원에 의학계열 수능 강의 야간특별반 관련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학원에 의학계열 수능 강의 야간특별반 관련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초·중·고 학생은 1.3% 감소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4.5% 증가해 27조원을 넘어 3년 연속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앞서 교육부가 사교육비 증가율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3.6%를 웃돌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통계청과 교육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전국 초·중·고 약 3000개교 학생 약 7만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5월 및 7~9월간 월별 사교육비를 각각 5~6월과 9~10월에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2000억원(4.5%) 증가했다.

학년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 12조4000억원, 중학교 7조2000억원, 고등학교 7조5000억원이다.

초중고 전체 학생수는 약 521만명으로 전년대비 약 7만명(-1.3%) 감소한 반면 전년과 비교해 사교육비는 초등학교(4.3%), 중학교(1.0%), 고등학교(8.2%)로 모두 상승했다.

일반교과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6000원, 참여 학생 기준 51만8000원으로 각각 5.3%, 5.7% 늘었다. 

전체 학생 기준으로 지출 규모를 보면 영어 12만8000원, 수학 12만2000원, 국어 3만8000원, 사회·과학 1만9000원 순으로 컸다. 증가율은 국어가 11.1%p로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사회·과학(8.2%↑), 수학(5.6%↑), 영어(3.8%↑) 등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78.5%로, 전년보다 0.2%p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이 0.8%p 상승한 86.0%로 가장 높았으며, 고등학교는 66.4%로 0.5%p 높아졌다.

반면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75.4%로 0.8%p 떨어졌다.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20년(4.1%p↓) 이후 3년 만이다.

참여시간은 초등학교 7.5시간, 중학교 7.4시간, 고등학교 6.7시간으로 전년 대비 초등학교 0.1시간, 고등학교 0.1시간 증가했다. 이 역시 중학교는 0.1시간 감소했다.

시도별로 분류하면 전체 학생 기준 서울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2만8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낮은 전남(27만9000원)과 2.3배 차이가 났다.

교육부 이영찬 디지털교육기획관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교육부 이영찬 디지털교육기획관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한 가구 내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1000원이고, 소득이 300만원 미만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8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5%, 3.0% 증가한 수치다.

부모의 경제활동 상태별로 보면 맞벌이 가구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맞벌이 가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6.2% 올랐다. 

월평균 사교육비 70만원 이상 지출한 학생 비중은 22%로 전년과 비교해 2.9%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금액 구간별 학생 비중이 전년 대비 60만원 미만 구간에서는 모두 줄었으나, 60만원 이상 구간은 증가세를 보였다.

사교육 수강목적으로 일반교과는 학교수업 보충이 4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고, 이어 선행학습(24.0%), 진학준비(14.2%) 순이었다. 예체능은 취미·교양·재능계발(63.0%) 비중이 가장 컸다.

앞서 지난해 9월 교육부는 국회에 2024년도 예산안과 함께 성과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을 24조2000억원으로 추계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총액(26조원)고 비교해 1조8000억원(6.9%)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것인데, 이날 공개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더욱이 교육부는 지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모의평가가 끝난 후 다가올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 내용을 대형 학원에서 문제 풀이법을 배워야 풀 수 있는 고난이도 문항인 일명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힘을 실었다.

이에 당국은 사교육 대응 전담 부서를 운영했고 지난해 6월에는 9년 만에 사교육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에는 수능 출제위원과 현직 교사의 사교육 영리 행위를 금지하고 영유아 대상 학원의 편법 운영을 점검하겠다는 등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국세청도 발맞춰 대형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종합대책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에 교육부 배동인 정책기획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3년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분석 브리핑을 통해 “올해 증가 추이를 봤을 때 상당 부분 내년쯤엔 반드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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